-미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달러-엔 147엔 등 32년래 최고

(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약세로 급반전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거센 것으로 재확인됐지만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전면 철회할 것이라는 소식이 영국 파운드화 등 위험자산의 약진을 이끌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한층 옥죌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했지만 가격에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일본 엔화 가치는 32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47.263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46.843엔보다 0.420엔(0.29%)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0.97748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0.97020달러보다 0.00728달러(0.75%) 올랐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43.93엔을 기록, 전장 142.45엔보다 1.48엔(1.04%)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13.282보다 0.70% 하락한 112.491을 기록했다.




<달러 엔 환율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영국 파운드화가 극적으로 반등했다.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골자로 하는 미니 예산안을 전면 철회하는 등 정책을 U턴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마켓워치는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논란이 됐던 감세안을 추가로 폐기하는 데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영국의 매체인 스카이 뉴스 기자의 트위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더 타임스는 보수당의 고문들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에게 재원 조달방안을 포함하지 않은 미니 예산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불안심리가 진정되면서 영국 국채인 길트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전날 종가대비 22bp 이상 하락한 4.19% 언저리에서 호가가 나왔다. 영국 파운드화도 2.01% 상승한 1.1316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9월 물가 상승률이 월가의 예상치를 또 웃돌았기 때문이다. 9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올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인 8.1% 상승을 웃도는 수준이다. 9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 0.3%를 상회했다. 직전 달의 0.1% 상승보다도 상승 폭이 되레 가팔라졌다. 월간 상승률은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했다. 9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6% 올랐다. 미 노동부는 근원 CPI의 헤드라인 수치는 1982년 8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9월 근원 CPI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였던 6.5%를 상회했다. 전월치인 6.3% 상승도 웃돌았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로는 0.6% 올랐다. 월가 예상치였던 0.3% 상승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예상치를 웃돈 CPI는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극했다. 전날 공개된 연준의 의사록과 오버랩 되면서다. 전날 공개된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예상보다 천천히 나타나고 있다며 제약적인 수준으로 정책을 이동한 후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는 현재의 가격 수준에 선반영됐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전날 종가대비 16bp나 오른 뒤 6bp 오른 3.96%로 호가를 낮췄다.

캐리 통화인 일본 엔화 가치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미국채 수익률과 일본국채(JGB) 국채수익률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캐리 수요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7.672엔을 기록하는 등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달러-엔 환율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은 지속됐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안정성을 해친다"라며 "엔화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강세로 급반전됐다. 다만 달러화에 1대1의 등가로 교환되는 패리티(parity) 환율 회복은 요원한 것으로 진단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진단되면서다.

TD 증권의 전략가인 숀 크루즈는 충격이 클 경우에는 그렇게 빨리 움직이고 약간 과도해지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실제로 투매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좋은 징후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경제 지표에 따르면 연준이 상당한 수준의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지만 시장이 되돌려지면서 "방심하지 않은 투자자 풀이 충분히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관론의 상당 부분은 이미 가격에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전략가인 시마 샤는 "오늘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이후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75bp 이하로 가져갈 것으로 믿는 사람은 시장에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서프라이즈가 다음 달에도 반복된다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연준의 최고 금리 전망치를 뚫고 정책 금리가 12월에 5회 연속 75bp 인상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NAB의 선임 통화 전략가인 로드리고 캐트릴은 엔화가 "안전 통화로서 지위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 고점(달러/엔) 언저리에서도 이런 신중한 흐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엔화는 해당 지점을 상향 돌파했고 추가 상승의 여지가 좀 더 있어 보인다"고 풀이했다. 일본 외환 당국이 개입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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