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와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에 이어 다음 신용 위험은 캐피탈사와 관련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여전사들은 채권 순발행이 감소하면서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여파가 높은 금리로 제2금융권의 소비자들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캐피탈채(기타금융채)는 올해 9월부터 순발행이 마이너스(-) 추세로 돌아서 9월에는 1조5천90억 원, 10월에는 2조2천923억 원의 순상환을 기록했다.

9월과 10월 모두 만기 규모가 3조5천억 원대로 8월 3조2천억 원에서 3천억 원가량 늘어나기는 했지만, 발행이 많이 감소한 점이 순발행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원인이다. 캐피탈채의 발행은 지난 8월 5조7천855억 원에서 9월 2조230억 원, 10월 1조2천657억 원으로 급감했다.

다소 덜하기는 하지만 카드채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드채는 지난 8월에는 1조5천950억 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가 9월에는 순발행이 50억 원으로 줄었고, 10월에는 1조3천200억 원의 순상환을 나타냈다.

여전채의 발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지난 10월 레고랜드발 ABCP 사태가 터지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고, 부동산 PF의 부실이 전이될 수 있는 다음 금융 업종으로 캐피탈사 등 여전사가 꼽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전사들은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카드채 조달이 어려워지자 대형 카드사들이 장기 CP 발행을 늘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캐피탈사의 부동산 PF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에 따르면 여전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2분기 26조7천억 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7조2천억 원 늘었다. 증가폭은 은행·보험사·저축은행·증권사 등 다른 업권과 비교해도 가장 크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건설사 및 증권사의 자금 이슈가 있었고,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얘기도 나왔다"며 "남은 곳은 여전사들인데 이들도 PF 익스포져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조달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차환이 거의 안 되고 있어 자산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캐피탈사는 지속해서 유동성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에는 그 위험이 더 커지고 상황이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채의 금리도 급등세다.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매트릭스(화면번호 4743)에 따르면 3년물 캐피탈채 'AA-' 등급의 금리는 지난 10월 6%대를 돌파했고, 'AAA' 등급 은행채와의 금리 스프레드는 100bp를 넘어섰다.

여전채의 금리 상승은 제2금융권의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은행권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46%인데 반해 여신업권의 신용대출상품 평균 금리 현황은 14.39%로 은행권의 두 배가 넘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3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여전채를 매입하고 있고, 4일에는 내년부터 8%로 축소할 예정이던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헤지 자산의 여전채 편입 한도를 현행 12%로 내년 3월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가 있는 캐피털사들은 지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래도 안전판이 마련돼 있다"며 "채안펀드나 기업어음(CP) 매입기구가 'AA'뿐만 아니라 조달이 어려운 'A' 등급 캐피탈 채권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3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