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증권담보대출' 3조 패키지 대상 종투사까지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장순환 기자 = 한국증권금융이 3조 원 규모로 마련한 중소형 증권사 대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대형 증권사까지 확대한다. 최근 발행어음 등 단기자금 시장에서 유동성 마련에 나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들의 자금 경색 우려에 선제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증권금융은 기관 간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대형 증권사에 5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즉시 공급한다.

한국증권금융은 전일 9개 종합금융투자사를 대상으로 자금 지원 수요를 신청받았다.

업계에선 절반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가 한국증권금융에 자금 공급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종합금융투자사는 희망 공급 규모로 수천억 원을 적어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금융은 자금 수요의 긴급성을 고려해 이들 증권사의 R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우선 5천억 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자금시장 부장은 "종투사마다 유동성 사정이 다르다 보니 신청 규모가 꽤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소형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종투사들도 선제 유동성 마련에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그 부분의 어려움이 헤아려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구원투수'가 된 증권금융
앞서 한국증권금융은 정부가 마련한 '50조 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에 3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RP 매입과 증권담보대출을 활용해서다.

한국증권금융은 RP 거래 시 담보 제공대상 증권을 기존 국공채나 통안채, 은행채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까지 허용하고, 증권 담보대출 과정의 담보 인증 증권 범위도 우량 회사채(AA 이상)와 우량 CP(A1 이상)·예금형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중금채를 추가했다. 기존에 국공채, 통안채, 은행채, 그리고 상장주식까지만 가능했던 담보 범위를 크게 넓혀 증권사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중소형 증권사에 공급된 유동성은 약 1조2천억 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근 종합금융투자사가 주도한 중소형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급격히 자금 수요가 줄었다.

'제2 채안펀드'로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1조8천억 원 규모로, 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투자·키움·하나·한국투자·NH투자·KB증권 등 9개 종합금융투자사가 특수목적법인(SPC) '유동화 증권매입프로그램'을 통해 PF ABCP를 매입하는 구조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중순위 투자자로, 증권금융과 산업은행은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매입을 신청하는 증권사도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매입을 신청한 ABCP의 위험 수준에 따라 필요한 경우 일정 수준의 담보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5곳의 중소형 증권사가 2천938억 원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 신청 수요가 분산된 점을 반영해 한국증권금융이 마련한 3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신청 범위를 대형 증권사까지 확대했다. 중소형 증권사에 공급된 유동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약 2조 원 가까이 대형 증권사들이 지원받을 여유가 있는 셈이다. 앞서 대형사 9곳이 PF ABCP 매입을 위해 500억 원씩 각출해 중소형사 지원에 앞장선 것도 배경이 됐다. 업계 스스로 자구안을 찾은 데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전반에 유동성 우려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시장 상황은 충분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앞서 중소형사에 도움을 준 만큼 대형사에도 지원을 확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3조 패키지 대상 왜 넓혔나…금융당국, 발행어음 늘리는 종투사 우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대형 증권사에도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데는 최근 발행어음 등 단기자금 시장을 두드리는 증권사를 둘러싼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이들 증권사는 시장 금리 인상과 맞물려 발행어음 금리를 꾸준히 높였다. 지난 10월 초까지만 해도 4%대였던 증권사의 발행어음 금리는 5%대로 치솟았고. 최근에는 6%의 특판 상품도 출시됐다. 일부 증권사는 연 8%대 금리의 특판 발행어음을 판매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발행어음은 CP와 같은 단기자금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종투사가 아직은 유동성에 여유가 있지만, 가수요 확보 차원에서 보유 중인 담보를 활용할 여지를 마련한 것"이라며 "시장 구조상 발행어음 등은 CP 금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대형사에 대한 유동성 여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단기 원화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고자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을 대상으로 마련한 6조 원 규모 RP 매입 프로그램이 있기에 가능했다.

향후 한국증권금융은 대형 증권사로부터 사들인 RP를 한국은행에 다시 넘김으로써 증권사들을 지원할 여력을 지속해서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사들인 RP는 2조5천억 원 남짓이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필요한 만큼 자금이 공급된 상황"이라며 "한은 RP 재매입을 통해 우리도 공급할 수 있는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어 시장 안정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금융중심지 여의도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sjeong@yna.co.kr
shja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7시 3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