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반토막(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피혜림 기자 = 한국증권금융이 3조 원 규모로 마련한 중소형 증권사 대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대형 증권사까지 확대한 데는 발행어음 비중을 급격히 늘린 대형증권사에 경고등이 커진 점도 작용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이날 단독 송고한 '증권사 구원투수 증권금융, 대형사도 유동성 공급…오늘 5천억 긴급투입' 제하의 기사 참고)
대형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자금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역마진 또는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4조4천232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4천365억원에서 10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도 5조3천41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5.1% 증가했으며 KB증권 역시 6조7천844억원으로 51.6% 확대됐다.

현재 기준 발행어음 잔고액이 가장 많은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기준 11조9천50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2.7% 늘었다.

◇발행어음, 자금 조달 경쟁에 금리 급등 부담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확정금리형 상품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역시 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초까지만 해도 4%대였던 증권사의 발행어음 금리는 5%대로 치솟았고. 최근에는 6%의 특판 상품도 출시됐다.

일부 증권사는 일부 지점을 통해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연 8%대 금리의 특판 발행어음을 판매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추가적인 인상도 예고됨에 따라 발행어음의 금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긴축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연 6% 이상의 고금리 발행어음 상품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어음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 후 약정 기간에 돌려줘야 해 최근 자금 경색과 금리 급등은 증권사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해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으로 리스크가 커진 상품을 활용하기 어렵다.

이에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증권사가 8%의 금리로 발행어음을 내놨다면 최소 10% 이상의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다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최근 같이 금리와 시장 상황 모두 좋지 않아 자금 운용의 어려움이 크면 발행어음이 증권사 실적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증권사들의 운용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운용 손익은 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9% 급감했고 NH투자증권 역시 982억원으로 52.5% 감소했다.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NH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0.7%까지 감소했고 KB증권도 7.09%로 전년 동기 대비 6.77%P(포인트) 하락했다.

발행어음을 찍어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 보호 위해 정부 관리 강화 필요
발행어음은 일반 은행의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발행어음은 자산 가격 변동, 환율 변동,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라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발행어음은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금 관리의 중요성이 크다"며 "무분별하게 늘리는 발행어음이 결국 대형증권사에 부메랑이 될 수 있어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도 대형증권사들에 자금 조달의 길을 열어줬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증권금융은 기관 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및 증권 담보대출로 대형 증권사에 5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즉시 공급한다.

한국증권금융은 전일 9개 종합금융투자사를 대상으로 자금 지원 수요를 신청받았다.

업계에선 절반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가 한국증권금융에 자금 공급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종합금융투자사는 희망 공급 규모로 수천억 원을 적어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종투사가 아직은 유동성에 여유가 있지만, 가수요 확보 차원에서 보유 중인 담보를 활용할 여지를 마련한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대형사에 대한 유동성 여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ja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3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