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금리 하락에 공격적 매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연기금이 지난 11월 장외 채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채권은 지난 9월 발행된 국고채 30년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하순으로 접어들수록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고 금리 레벨이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연합인포맥스의 장외 채권시장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화면번호 4565번)에 따르면 장기 투자자(보험+기금)가 지난달 가장 많이 매입한 채권은 '국고03125-5209(22-9)'으로 순매수액(거래량 기준)은 1조465억원을 기록했다. 이 채권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부터 통합 발행한 국고채 30년물이다.

보험과 연기금은 주요 투자주체 중 이 30년물을 가장 많이 담았다. 외국인은 4천억원, 자산운용사는 2천571억원어치 순매입했다.

순매입액만큼 눈에 띄는 점은 장기 투자자들의 매수 추이다. 연기금과 보험은 11월 초만 해도 이 30년물 채권에 대해 뚜렷한 포지션을 잡지 않았다. 월초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포지션을 잡기 어려운 듯 순매수와 순매도가 번갈아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채권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자 연기금과 보험은 30년물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11월 10일 이후 30년물 국고채를 순매도한 날은 하루에 불과했고 월말로 갈수록 순매수액을 늘려 28일에는 하루에만 4천270억원어치를 빨아들였다. 28일 전후로도 각각 하루에 1천억원 넘게 30년물 국고채를 순매입했다.

장기투자자들이 초장기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은 11월뿐만이 아니다. 앞서 9월과 10월에도 연기금과 보험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9월 발행된 국고채 30년물이었다. 30년물은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연기금과 보험의 '탑픽'이었던 것이다.

연기금이 이처럼 30년물에 집중하는 것은 발행 조건과 시장 여건 등 여러 면에서 입맛에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발행한 국고채 중 가장 발행액이 큰 종목이 30년물이었다. 기재부는 30년물을 9월에 3조원, 10월에 2조3천억원, 11월에는 1조8천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3개월간 30년물 발행액이 7조1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중에 물량이 풍부하게 풀렸다.

이 가운데 연기금과 보험은 30년물을 9월에 9천494억원, 10월엔 1조2천931억원어치 순매입했다. 9월 발행 물량의 약 3분의 1, 10월 발행 물량 중에선 거의 절반을 장기투자자들이 쓸어 담은 것이다. 11월 발행 물량도 절반 이상을 장기 투자자들이 순매입했다.

동시에 30년물 국고채금리는 지난 10월 4.39%까지 치솟았고 지난 3개월간 3% 후반에서 4% 초반대를 형성했다. 현재 발행되는 30년물을 사면 4% 안팎의 금리를 30년간 보장받는 뜻이다. 납입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연기금으로선 금리가 높고 물량마저 풍부한 초장기 국고채를 안 담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30년의 시계열로 보면 당장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닌 셈이다.

게다가 11월 하순 들어 채권시장이 차츰 안정을 되찾고 채권금리까지 하락하면서 장기투자자들의 30년물 매수 심리를 더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월 고점과 비교하면 현재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어느새 1%포인트나 떨어져 3.4%대다.

연기금 관계자는 "채권금리가 이례적으로 높고 물량도 풍부해 연기금이 30년물을 현시점에 안 담을 이유가 없다"며 "최근 한 달여 사이에 30년물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왔는데 금리가 단기 고점이라고 인식한 장기투자자들이 서둘러 매입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월말에 장기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된 것을 보면 단기적인 금리 변동보다는 시장 전반적인 흐름을 보고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30년물에 대한 연기금의 선호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연기금과 보험은 지난달 국고채 30년물을 제외하면 산업은행이 발행한 10년 만기 조건부자본증권을 가장 많이 담았다. 산업은행은 3천800억원 규모로 채권을 발행했는데 보험과 기금이 100% 받아 갔다.
 

국민연금 전주 본관 전경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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