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레머하펜 항에 기항 중인 '글로비스 크라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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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신임 대표가 지난 10일 자사주 1천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 금액은 총 1억6천200만원.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한 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경배 대표 이후 두 번째다.

현대차그룹에 '정의선 시대'가 열린 지난 2020년 이후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사들인 1천주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자동차 업계가 맞닥뜨린 '삼중고'에도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물류와 트레이딩, 해운 등 운송업 외에도 중고차 경매나 수소충전소 공급, 물류 디지털전환(DX) 등 신사업 확대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미국 현지 중고차 경매업체 GEAA 지분 100%를 인수하고 중고차 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항공운송 전용의 스마트 물류센터와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UBESS) 구축 등 미래 신동력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통상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실적 개선과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로 읽힌다. 그렇게 보기 드문 일도 아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만큼 이규복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대표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책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약 22%를, 현대차가 기아 지분 34%를 소유하고 다시 기아가 현대모비스 지분 17%를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를 가졌다.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정의선 회장의 그룹 내 경영권을 강화하는 작업은 현대차그룹의 오랜 과제다.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가 가장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지분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율은 0.32%에 불과한 상태로 정몽구 명예회장의 보유분 7%를 더해도 7% 중반대에 그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 중 지분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이다.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19.99% 수준이다.

결국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실탄' 마련이 유리해지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운송업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규복 대표가 기업가치 제고에 성공해 정의선 회장의 기대에 부응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금융부 최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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