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정초부터 서울 채권시장이 급격한 강세를 나타내면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캐피탈채)가 최대 '먹거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웬만한 크레디트물(회사채)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그나마 여전채 금리 수준이 아직 '살 만한' 수준이어서다.

여전사들이 모처럼 조달 호시절을 만난 가운데 신용등급별로 여전사들의 조달 사정은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AA'급 이상 여전사는 시장금리가 더 하락할 때를 기다리며 발행 물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A'급 여전사의 경우 모처럼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이번달(1월) 1~25일 동안 발행된 여전채는 4조1천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번달은 설 연휴로 인해 거래일이 줄었고 아직 1월이 지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발행이 4조원선을 넘어선 것이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이 A급인 여전채의 경우 발행이 7천700억원에 달했다. 이미 지난달(12월) 발행액인 2천150억원 규모를 3배 이상 넘어선 수준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기 직전인 지난해 8월(1조1천230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기도 하다.

여전사들이 채권 발행을 통한 조달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발행 환경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여전채보다 우량한 은행채 및 공사채 등의 투자 매력도가 감소하면서 반사 효과를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은행채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정부 눈치에 채권 발행을 자제하면서 규모가 저조한 상태다. 이번달 발행된 시중은행 채권은 국민은행이 발행한 1조3천억원 규모 은행채가 전부였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발행이 전무했다.

공사채의 경우 금리가 4%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발행되고 있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 19일 한국도로공사가 발행한 3년 만기 채권과 5년 만기 채권은 각각 3.665%에 발행됐다. 지난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행한 5년 만기 채권은 3.686%에, 지난 25일 한국전력이 발행한 2년 만기 채권은 3.850%에 각각 발행됐다.

모처럼 양호해진 조달 환경에 특히 A급 저신용 여전사를 중심으로 조달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달할 수 있을 때 조달해두자는 심리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관계자는 "연초부터 캐피탈채가 호황이다. 워낙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그나마 높은 금리이기 때문에 기관이 전부 사고싶어 하는 상황"이라며 "언제 또 발행이 어려워질지 모르는 저신용 여전사를 중심으로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등급 여전채의 경우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있어 증권사들의 인수 유인이 있다"면서 "AA등급 이상 여전사의 경우 향후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을 예상해 발행 물량을 조절하는 경향까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B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A등급 여전채는 경기 침체 국면에 선별 투자가 필요하지만 AA급 여전채는 일단 사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면서 "은행채 및 공사채는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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