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은행, 완전 경쟁 유도해야"…핵심 개혁 대상 거론
금융당국, 은행 이자이익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제도 개선
은행권, 10조원 사회공헌기금 조성했지만…"이제 시작일 뿐"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jeong@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자 장사'를 통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이 연일 이어지면서 은행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직원들에 대한 막대한 성과급과 퇴직금을 지급한 은행들에 '돈 잔치'라고 비판한 데 이어, 정부가 라이선스를 준 은행들이 과점체제에 숨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과점체제를 깨서 완전 경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하라고 금융당국에 지시까지 했다.

단순히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넘어 은행의 근본적인 영업 관행까지 뜯어고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핵심 개혁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임 행태를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건강한 경쟁체제를 키우겠다는 취지이지만, 금융권에선 지나친 관치 금융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5대 은행 과점체제 깨라…이자장사 영업 관행 뜯어고친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과점체제인 은행과 통신업계의 경쟁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통신과 금융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지난달 말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는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언급하며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불과 보름도 안 되는 동안 은행 구조·영업 관행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특히 이날 완전 경쟁까지 언급한 것은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금융에 대한 비판적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과점체제'로 지목한 은행과 통신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시장의 70~80%를 점유하는 과점형태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경쟁을 통해 자리를 유지하려는 노력없이 우월적 지리를 누리고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은행권들이 과점구도에 기대 과도한 이자수익을 의존하는 관행이 굳어졌고, 이자 장사로 배만 불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날 지시는 과점체제가 가지는 문제점을 개선해 국민에게 가능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제도 방향을 설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화하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2.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jeong@yna.co.kr

 


◇금융당국, 상반기 중 개선책 마련…전방위 매스 들이댈 듯

윤 대통령의 전방위적 압박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일 임원회의에서 "은행은 국민경제의 건강한 작동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구조 개선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감원과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TF에서는 은행권 경쟁 촉진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 총망라해 논의된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 게 목적이다.

금융당국은 과점구도에 기댄 과도한 이자수익 의존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우선 실시할 방침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확충될 수 있도록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가진 다양한 라이선스 비즈니스들을 인터넷은행·핀테크 사업자에 나눠주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통 큰 결단'에도 비판 커…관치 논란 이어질 듯

은행들도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은행권의 과점 체제 때문에 사회공헌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고, 대출금리 인하 속도도 더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은행연합회는 이날 10조원 규모의 금융 취약계층 지원금을 향후 3년 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5천억원 규모로 공동 조성한 사회공헌기금을 하루아침에 20배로 늘린 것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이자 장사 지적에 "놓친 부분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은 "우리의 시각으로만 보면 안 되겠다"라며 "지금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 소비자단체 혹은 외부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을 모시고 '은행권 사회적 관심 공동협의체'를 마련해 주기적으로 외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완전 경쟁체제로의 변화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서 은행권이 과점 체제로 많이 옮겨간 측면들이 있는데 정책당국에서 그간 상황을 한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사 진입 및 퇴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당국에서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리테일 쪽은 더 경쟁적일 필요가 있고, 기업금융 쪽은 더 전문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이 굉장히 높아져 있는 상태인데, 이는 자기자본 대비 위험감수를 많이 안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은행들은 돈 잔치에서 시작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연초 CEO 인사 개입부터 공공재 언급에다 완전경쟁 체제 구축까지 언급하는 건 은행이 민간기업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은행이 정치의 대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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