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5대 은행 과점 체제에 변화"…구조 개선 논의
전문가 "신규 은행 불확실성…인뱅·저축銀 등 기존 기관 활용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손지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업의 경쟁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은행권 빅뱅' 가능성과 관련,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효성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 또는 특수 전문은행 설립 등을 통해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할 경우 경쟁체제 강화에 따른 금융부담 완화가 금융 소비자에 귀속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은행이 금융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어 과도한 경쟁이 오히려 금융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에도 치명적인 시스템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 '5대 은행' 완전경쟁 체제 전환 검토…"현 과점체제에 변화 더할 것"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구조 개선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및 특화은행 등장 등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허용해 경쟁 촉진을 유도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 라이선스를 기능별로 세분화한 '스몰 라이선스' 도입 여부 등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신규 플레이어의 추가 등장이 어느 정도까지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미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출범 당시의 기대만큼 '메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플레이어 숫자만 늘리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점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시장 플레이어를 늘리면 되는데, 은행 시장의 경우 인터넷은행 추가로 한두 개 더한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규모가 시중은행보다 작기 때문"이라며 "이외에 지방은행 추가 설립 등의 논의도 지속됐는데, 지방 축소 등으로 경쟁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현재의 과점체계를 완화하려면 시중은행이 추가로 생기는 정도의 변화가 생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업무 영역과 범위를 확장한다면 시장의 경쟁을 이전보다는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은행업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중금리대출에 치중해 영업하고 있다"며 "이들의 업무 영역과 범위를 확장하면서 시장 내 경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급효과 큰 금융산업…"있는 것 잘 활용해야"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의 완전경쟁 체제 등 금융산업 변화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규제 산업인 이유는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경쟁 체제를 구축할 경우 금융소비자 효용 향상의 효과는 거둘 수 있겠으나, 예금 금리 경쟁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과 이에 따른 위험 투자 확대 등 위험 요인도 동반해서 커질 수 있다.

또한, 점유율이 집중된 것과 과점 시장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5대 은행에 집중됐다고 해서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해도 집중도가 낮아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작년 은행권의 초과 수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대출 증가 등 불가피한 대출 규모 자체가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도 개선 전 충분한 분석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동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역사적으로 은행이 과하게 경쟁하게 되면 금융 불안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경쟁을 억제해온 것"이라며 "스몰 라이선스 도입 등은 규제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인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또한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을 마구 늘릴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예 못 들어오게 하는 건 아니지만 동시에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강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의 효용 증대를 위해서는 현재 있는 금융기관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사회 공헌을 위해 취약 차주에 대한 영업을 집중할 경우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규제에 대한 이슈가 생길 수 있다.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한다 해도 기존 은행 규제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서민금융 지원의 경우 이미 저축은행의 형태로 존재하며, 정책금융지원 또한 서민금융진흥원을 활용할 수 있다"며 "금융은 연쇄도산 등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역량이 중요한데, 경쟁력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것은 단기적으로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마진 감소를 감수하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 과점 경쟁 등이 제기된 것 또한 이에 부수적으로 나온 것으로 본다"며 "은행의 신규 진입이 반드시 은행 산업을 좋게 하는 것은 아니고, 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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