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이력부터 한우물 판 전문가까지…"영향력은 절대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자산운용사 운용자산(AUM)의 45%를 책임진다"
일각에서 채권운용본부장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한 문장이다. 단순 운용에 관여하는 것을 넘어, 운용사 내 운용 철학을 시스템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존재는 곧 운용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UM 기준 상위 7개 사의 '키맨'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그 배경이 각기 다양하다. 오랫동안 운용업계에 몸담았던 전문가들이 있는가 하면 은행부터 보험사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업력을 쌓은 베테랑도 있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위 7개 운용사의 총 AUM은 904조1천943억 원으로 집계됐다. 7개 운용사 키맨들의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표현한다면 약 400조 원에 이르는 셈이다.

채권운용본부장들은 운용 전략뿐만 아니라 주니어 운용역 육성, 운용 프로세스 등 전반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운용사 내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너가 없는 운용사라면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7개 사의 채권 운용 키맨들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갈고닦으며 운용 인사이트를 갖췄다. 다양한 곳에서 업력을 쌓은 이들은 기관 고객의 니즈를 재빠르게 찾아내 대응 전략을 세운다. 한 곳에서 전문성을 길러낸 이들은 인사이트를 발휘하는 등 역량을 그간 입증해왔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투자 철학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본부장들"이라면서 "하우스마다 다르겠지만 본부의 철학을 세우는 이들인 만큼 그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은행부터 보험까지…폭넓게 업력 쌓은 '키맨'들

다양한 곳에서 운용 경험을 쌓으며 시야를 넓힌 이들이 있다.

현재 AUM 2위를 기록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신재훈 채권운용본부장은 2002년 SK증권 투자신탁팀에 입사해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5년에는 AIG생명 투자운용부로, 2009년에는 미래에셋운용 채권운용본부로 적을 옮겼다. 현재 미래에셋운용의 국내 채권 운용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한수일 NH아문디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장 역시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다양한 곳에서 운용 경력을 쌓은 베테랑 중 한 명이다.

1995년 KB국민은행에 입사한 한수일 부문장은 삼성자산운용, 메릴린치은행과 메리츠증권 등 다양한 곳에서 고유계정과 신탁계정 운용 경력을 쌓았다.

2015년부터 NH아문디운용에 본부장으로 합류한 그는 2018년부터 채권운용부문장으로써 NH아문디운용의 채권을 책임져왔다.

가장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로 차진섭 한화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을 꼽을 수 있다.

1996년 한국은행 국고부 조사역으로 금융권에 첫발을 내딘 차 본부장은 국제통화기구(IMF) 서울사무소 이코노미스트로 잠시 활동하다 삼성생명을 거치며 2006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으로 적을 옮겼다. 6년 뒤에는 한은 외자운용원 글로벌회사채팀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정규직 4급 과장을 계약직인 3급 팀장으로 발탁한 것을 두고 한은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외부 인사보다 우수한 능력을 갖춘 것은 물론, 실력 면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내부 평가 역시 한몫했다.

2017년부터는 프랑스계 증권사인 크레디아그리콜증권 서울지점 대표를 맡았고, 작년에 한화운용에 합류해 채권운용본부를 이끌고 있다.

◇운용업계 '한우물' 판 본부장들

운용업계에 오래 머물면서 전문성을 갖춘 본부장들도 있었다.

김재정 신한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2001년 동양투자신탁운용 컴플라이언스팀에 입사해 2006년 채권운용팀에서 운용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이후 KDB산은자산운용과 흥국자산운용을 거친 뒤 2014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합류해 2018년부터 본부장으로서 활동했다.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본부장 역시 애널리스트와 운용을 아우르는 전문가로 꼽힌다.

1996년 ABN AMRO증권 리서치 어시스턴트(RA)로 시작한 그는 으뜸투자신탁운용, 흥국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을 거치면서 운용역과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흥국자산운용에서 해외 신용평가사 모델을 참고해 직접 크레디트 분석 모델을 만드는 등 사실상 처음으로 회사채를 분석한 운용역이자 애널리스트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1년 한투운용 FI운용본부에 팀장으로서 합류한 그는 2018년부터 FI운용본부장으로서 한투운용의 국내외 채권 운용을 총괄했다. 채권운용 부문 첫 여성 임원 타이틀을 쥔 주인공이기도 하다.

AUM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유영재 채권운용본부장은 대부분의 경력을 삼성 금융 계열사에서 보낸 '삼성맨'이기도 하다.

1996년 삼성화재 자산운용실에서 업력을 쌓기 시작한 유영재 본부장은 2004년부터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에 합류했다. 이후 2015년부터는 삼성운용의 채권운용본부장을 맡아 본부를 이끌었다.

강진원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도 오랜 기간 KB운용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199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법경제팀에 입사해 KIS채권평가 개발팀을 거친 뒤 KB자산운용 채권운용1팀에서 활동하며 채권 운용업에 발을 들였다.

2010년부터 약 3년간 한국증권금융에 몸담은 뒤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을 맡으며 KB운용 내 채권운용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2021.9.27 [촬영 류효림]



joongjp@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3시 4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