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행동주의 바람이 요즘에 거세게 불고 있는데 여기에 엮이기만 해도 주가가 폭등한다고요.
[기자]
SM엔터테인먼트가 장안의 화제죠.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고 나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인데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이수만 SM 대표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고요. 카카오와 하이브까지 가세하면서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SM 주가는 하이브가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를 시작한 지난 10일 하루 만에 16% 이상 급등을 했고요. 최고 13만 원을 찍기도 했습니다.

하이브가 SM 1대 주주로 등극하고 카카오 얼라인 연합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숨가쁘게 이뤄졌는데요. 주가도 재차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도 BYC를 상대로 주주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트러스톤은 BYC의 부당 내부거래 근절을 위해서 법률 전문가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하는 주주 제안서를 보냈는데요. 이 다음 날 주가가 하루 만에 20% 상승했습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말고도 태광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는데요. 배당 성향을 20% 이상으로 올리고,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트러스톤의 주주제안 이후 태광산업 주가가 급등을 했고요.
다음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진칼 투자로 명성을 날린 행동주의펀드 KCGI 역시 오스템임플란트 공개 매수에 참여하기도 했고. 이에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원래 전통적으로 M&A, 인수·합병으로 주식 경쟁이 벌어지면 주가가 올라가는 건 당연한데, 행동주의 펀드가 엮이기만 하면 시장이 반응하고. 사실 M&A와의 관계가 간접적이고 떨어져 있는데도 이렇게 움직이는 거 보면 굉장히 트렌드 같아요.
[기자]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로 인한 지분 경쟁 확보. 이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죠.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들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 주식을 사들여야 하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주식의 수요가 늘어나니까 주가가 또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SM의 경우 하이브가 SM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 매수를 준비하고 있어요. 카카오도 하이브 측의 대응에 공개 매수를 준비하면서 SM 주식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행동주의 펀드의 취지가 보유 지분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지배구조나 배당을 변화시키는 게 목적이죠. 이를 통해 경영을 쇄신하고 이익을 높여서 기업의 본연의 가치를 찾는 것입니다. 비효율이 줄고 주주의 몫이 느니까 자연스럽게 주가가 올라간다 이런 게 행동주의 펀드에 주장인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이 행동주의만 엮여도 주가가 상승하잖아요. 아까 보셨지만 일종의 행동주의 테마주처럼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가가 오버슈팅, 과열됐다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관련 소재만 좀 있어도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도 실제로 좀 있었잖아요.
[기자]
네. 이제 그래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어요. '지금이니' 이러면서 담는. 지금이 기회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SM을 한번 살펴보면 이제 금융정보 단말기 플랫폼인 연합인포맥스를 통해서 SM 신용거래 융자 잔고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앵커]
결국 쉽게 얘기하면 얼마나 빚을 냈는지.
[기자]
네. 아시다시피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고 갚지 않은 돈. 그러니까 종목에 빚을 내 투자한 액수인 것이죠. SM의 신용융자 잔고를 살펴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불과 400억원대였는데요. 카카오의 신규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700억원대를 넘어서서 이후에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용 쓰는 것이 양날의 검 같은 거잖아요.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본전도 못 찾는 경우도 있고요.

[앵커]
그럼 지금 '빚투'가 늘어나는 부분을 좀 우려를 해야 하는데. 과거의 사례가 궁금해요. 과거의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확보 경쟁 사례는 어땠나요
[기자]
최근에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 같은데요. 과거에도 경영권 분쟁 사례는 있었죠. 일반적으로 보면 경영권 확보 이슈가 있을 때는 주가가 올랐는데, 이슈가 사그라들면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명한 사례는 아까 말씀드린 행동주의 펀드 KCGI의 한진칼 인수를 들 수 있습니다. KCGI는 한진그룹 일가와 경영권 분쟁에 나섰고, 지배구조 개선과 전문 경영인 선임을 제안했어요. KCGI가 지분 매입을 하자 원래 2020년 4월경 11만 원까지 주가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KCGI가 지분을 엑시트했잖아요.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지금은 4만 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좀 더 이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KCC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 사례가 있습니다. KCC는 2004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주당 7만원에 2개월간 공개 매수를 했습니다. 7만원에 공개 매수를 하니까 5만원대인 주식이 당연히 7만원으로 올라가겠죠. 지금 SM 사태랑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지만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주가가 또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3만원대로 떨어진 거죠.

[앵커]
많이 떨어졌네요. 결국 행동주의펀드는 본연의 미션. 의의가 주주자본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자 이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의도치 않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하면서 빚투까지 끌어들이는 과열현상이 나타나는. 이게 완전히 부작용이죠.
[기자]
맞습니다. 과거 엘리엇 기억나시나요. 해외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해서 유명세를 탔고요. 또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소버린의 SK 경영진 퇴진 운동도 상당히 유명했었습니다. 그래서 행동주의 하면 '기업 사냥꾼', '먹튀' 이런 이미지가 있어요.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본질적 콘셉트 자체가 지분 확보로 영향력을 키우고 비효율을 줄이고 주식의 이익을 키우는 행동 그 자체에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재벌이라는 특수 기업 체제가 있어요. 그리고 소수 지분만을 가진 주주. 흔히 말해 오너가가 기업을 사유화해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다른 주주들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았었잖아요. 일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에 우리나라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가치 개선을 기치로 적극적으로 기업 투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변화 등 실질적 성과가 있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운용으로 유명한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을 제가 직접 만나봤는데요.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네

[기자]
최근 BYC와 태광산업에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행동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성원 /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편견이 과거보다 많이 불식됐고 코드 도입과 같은 정책적 변화 때문에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주 행동주의는 본질 가치에 비해서 주가가 매우 저평가돼 있는 그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주 활동을 하게 됩니다. 또 저평가의 원인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서 과도한 내부 거래를 한다든가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배당도 하지 않는다든가 주식 거래량이 형편없이 적다든가 이런 문제로 저평가된 기업이 대상입니다. 배당 성향을 예로 들어 보면 한국 상장사 평균은 20%에 불과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주주 행동주의로 주주 환원이 늘게 되면 이런 문제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저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행동주의가 지분 경쟁을 부추겨서 주가 끌어올린 게 아니냐 단기적 이익 추구 집중한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성원 /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먹튀 주장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을 수도 있겠죠. 단기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 펀드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펀드가 보유 중인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보다는 대상 기업의 주가 저평가의 원인을 해소해서 주식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고 이를 통해서 펀드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펀드 입장에서 훨씬 바람직합니다. 장기적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생각하면 이런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입장까지 저희가 들어봤습니다만, 여전히 행동주의 펀드가 시장을 흐리는 미꾸라지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거둘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일종의 펀드라는 게 만기라는 게 있잖아요. 사실 그러다 보니까 언젠가는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죠. 아까 이제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KCGI의 경우는 시장의 외부 요인도 있지만, 인수전이 끝나고 한진칼에서 엑시트 할 때 주가가 빠지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니까 소재가 사라지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과도한 배당이 이제 단기적 주가 부양에 좋을 수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이제 배를 갈라서 빼먹는다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또 기업들 입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연히 지켜야겠죠. 그러다 보니까 비용을 써야 하기 때문에 기업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순기능이 잘 적용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저희가 들어봤고요. 오늘 홍경표 기자와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kphong@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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