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지펀드 400캐피탈매니지먼트, 사모신용 전문 운용사
알렉스 차 파트너 겸 포트폴리오 총괄 인터뷰

[※편집자 주 = 미국 이민 및 유학 역사가 길어지면서 월가로 진출하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수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월가의 비영리 한인 네트워크 KFS(Korea Finance Society)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주요 투자은행으로 진출한 한국계가 120명 이상입니다. 이들은 투자은행을 비롯해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헤드급이 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전면에서 회사의 투자전략과 성과를 소개하고 개인의 이야기도 풀어낼 정도의 위치가 된 거죠. 그만큼 월가에서 성공한 한국인에 대해 독자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여 연합인포맥스는 '월가의 한국인'이라는 기획 인터뷰를 매월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작년부터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증시 변동성이 격해지면서 더 안정적인 대출이나 크레디트 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다. 국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는 올해 사모대출 부문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고 보험사들도 사모대출 부문을 학습하는 데 여념이 없다.

미국 헤지펀드 400캐피탈매니지먼트(400CM)도 이같은 분위기를 읽고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운용사 중 한 곳이다. 한국에는 덜 알려졌지만 400CM은 구조화채권 등 크레디트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견 운용사로 월가에서 이름이 높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사모대출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영역을 넓히기 위해 사업 기회를 검토 중이다.

400CM의 알렉스 차 포트폴리오 운용 및 트레이딩 총괄이 최근 주요 국내 연기금, 공제회의 최고투자책임자(CIO)와 간담회를 하거나 50개 이상의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크레디트 관련 강연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국내 연기금의 수준이 높다며 특히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400CM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이기도 한 차 총괄은 지난 1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금리 환경이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모대출펀드(PDF)나 크레디트펀드(CF)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국민연금도 몇 년 전부터 크레디트펀드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앞으로 한국에서도 PDF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30년 크레디트 한 우물…"교과서·지름길 없다"

지난 2008년 설립된 400CM은 운용자산(AUM)이 56억달러(약 7조4천억원) 규모인 사모신용 전문 하우스다. 현재 14개 펀드를 운용 중이며 플래그십 펀드를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구조화장품 등을 통해 고객별로 맞춤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400CM의 핵심 전략은 신용 주기(credit cycle)를 활용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경기 흐름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신용도 확장과 축소를 겪는데 그에 맞춰 로테이션으로 업종별 비중을 조절하면서 롱쇼트 전략도 구사한다.

주로 투자하는 자산은 주거용 및 상업용 모기지담보부증권(RMBS·CMBS)과 각종 자산담보부증권(ABS), 대출담보부증권(CLO) 등이다. 이 가운데 신용카드 채권이나 소액개인대출 등 소비자금융자산을 기초로 한 컨슈머 ABS나 소수만 이해할 정도로 구조가 복잡한 에소테릭(esoteric) ABS를 투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400CM만의 특색이다.

차 총괄은 "우리는 크레디트 스페셜리스트들"이라며 "시장을 추종하는 대신 시장을 이기기 위해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투자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크레디트 정보는 사생활 문제 때문에 구하기 힘들고 파편화된 데다 접근하기 어렵지만 좋은 상품을 선별하려면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간접적이고 복잡한 방법으로 접근이 어려운 정보를 분석하는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수학과 데이터, 모델링이 필요하고 400CM은 그런 작업에 특화해 있다"고 말했다.

차 총괄은 다른 크레디트 헤지펀드와 400CM을 구분 짓는 차별점으로 경험을 꼽았다. 400CM 자체는 이제 15년차 운용사지만 그를 비롯한 공동 창립자들은 크레디트 상품만 20~30년간 다뤄왔고 오랜 세월 살아남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가장 높은 '허들'이라는 것이다.

차 총괄은 "헤지펀드 시장을 놓고 보면 롱숏 전략을 쓰는 곳은 수천 곳이지만 우리 같은 전략은 수십 곳 정도"라며 "플레이어가 적으면 그만큼 유동성도 작고 원하는 때에 원하는 형태로 매매하지 못할 수가 있는데 그럴 때 우리가 구축한 경험과 네트워크는 차별점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크레디트 분야는 교과서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며 "남다른 재능이 조금은 있었겠지만, 충분히 오랜 경험을 쌓았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관계, 특정 운용사와 그 구성원 개인이 얻은 신뢰가 허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00CM은 수익률을 출자자에게만 전달할 뿐 대외적으로 공개하진 않는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펀드레이징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작년 12월에는 구조화채권에 투자하는 크레디트 펀드 3호를 5억8천만달러 규모로 성공리에 마감했다. 2019년 크레디트 펀드 2호를 4억3천만달러 규모로 클로징한 지 3년 만이다.
 

알렉스 차 400캐피탈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총괄

 


◇월가는 '수학 괴짜'를 찾는다

차 총괄은 중학교 때 미국에 이민을 가 현지에 정착한 전형적인 한국계 미국인이다. 숫자와 수학을 좋아하고 월가에서 20년 가까이 크레디트 한 우물을 판 금융맨이지만 첫 직장은 의외로 미국의 대표적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었다. 그의 학부 전공은 컴퓨터 과학이었고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차 총괄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록히드마틴에 취업했는데 사실 업무가 지루했다"며 "전투기 제작에 투입된다고 하면 멋져 보이지만 내가 할 일은 전투기의 일부 부품을 관리하는 것일 뿐이었고 그 일을 앞으로 몇십 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은 것은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 더 역동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학과 금융을 접목해 월가에서 금융맨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차 총괄은 "시카고대에서 금융을 배웠는데 흥미로웠다"며 "특히 재밌었던 점은 금융의 많은 부분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때 썼던 수학을 그대로 필요로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옵션 가격을 산정하는 방정식인 블랙 숄즈 모형은 열역학의 방정식과 같은데 연관 없어 보이는 두 영역이 같은 원리도 돌아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수학이 밑바탕 되면 월가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인맥의 나라이기도 하다. 월가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여전히 네가 누구를 아는지, 너의 부모가 이 산업의 누구를 아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하곤 한다. 하지만 내가 몸담은 분야는 그것보다 수학이 중요하다. 수학이 필요하고 '수학 긱스(geeks·괴짜)'들을 필요로 한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거기에 있다. 월가에서 수학이 필요한 분야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아시아인이 활약하고 있다."
◇韓 연기금에도 조언…"익스포저 다양해야"

한편 차 총괄은 현재 크레디트 사이클과 시장에 대해선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는 전통적인 거시경제 요소 간의 상관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지표만 믿고 쉽게 행동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차 총괄은 "미국 고용시장은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전통적인 거시경제 요인들 간의 연관성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경제활동참가율(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유의미하게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상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실질임금, 사회보장수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결정되지만 보통 경기상황과 같은 방향으로 변동한다고 여겨진다.

차 총괄은 "지금 나오는 지표들은 과거만큼 신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조차 2021년에는 실제 경기가 덜 반영됐다면 2022년에는 더 반영된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정부의 대규모 확장정책으로 기존의 정상적인 흐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기본적인 판단은 미국 실업률이 4.5% 정도까지 오르는 '마일드 리세션'을 겪으리라는 것"이라며 "완만하더라도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침체를 느끼겠지만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재앙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총괄은 이와 함께 국내 연기금을 위해선 주요 자산군에 익스포저를 갖춰두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특정 전략이 다른 전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고 반드시 갖춰야 하는 투자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기회는 언제나 오고 가는 것인데 어쨌든 기회를 잡으려면 주요 자산군에는 항상 익스포저를 갖춰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신용(PC) 분야는 지난 10년간 갈수록 주목을 받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한국 연기금의 PC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은데 5년 전이었으면 간과해도 무방했겠지만, 지금은 더 중요도가 올라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400캐피탈매니지먼트 로고

 


jh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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