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순매도 1위 SM…1천500억원어치 매각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2월 들어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에스엠(SM)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지분 경쟁으로 에스엠 주가가 단기간에 치솟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놓치지 않고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연합인포맥스의 투자자별 매매 상위종목 현황(화면번호 3330번)에 따르면 연기금은 2월 들어 이날까지 에스엠 주식을 1천473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 에스엠이다. 연기금의 순매도 종목 명단에서 항상 1~2위에 있던 삼성전자 순매도액(1천156억원)보다도 매도액이 컸다.

연기금이 에스엠 주식을 대거 정리한 것은 주가가 단기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으로 풀이된다.

에스엠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에스엠 주식을 매입한 하이브가 카카오와 경영권을 놓고 지분 경쟁을 벌이면서 이달에만 주가가 40% 넘게 급등했다. 하이브가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주가도 그에 상응한 수준까지 키높이 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새우 싸움'에 '연못 속 고래'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주식 매도로 대응했다. 현재 단기 고점이라고 판단한 듯 주식을 더 매수하는 대신 약 1천500억원어치의 주식을 빠르게 정리하는 선택을 했다. 에스엠의 주가가 7만5천원대에서 횡보하던 지난달만 해도 연기금의 에스엠 순매도액은 85억원에 불과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1주가 아쉬운 상황임에도 연기금이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은 3월 주주총회 때 필요한 의결권은 작년 말 주주명부가 폐쇄되면서 이미 확정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에스엠 지분율은 작년 12월 31일 기준으로 8.96%로 주총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다만 이달 순매도로 국민연금의 에스엠 지분율도 눈에 띄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에스엠의 시가총액이 약 1조7천800억원이었을 때 국민연금의 지분 가치는 약 1천600억원이었다. 2월 들어 에스엠의 주가가 40% 급등했고 12만원까지 국민연금이 한 주도 팔지 않았다면 지분 가치는 약 2천200억원이 된다. 이달 연기금의 순매도액이 약 1천5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지분율도 대폭 줄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연기금엔 다른 연기금 및 공제회도 포함되지만, 국민연금의 비중이 절대적인 점을 고려하면 이달 순매도한 약 1천500억원 중 상당 부분은 국민연금의 매물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에스엠 순매도액은 최근 연기금의 매매 추이를 고려해도 작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중후반까지 주식을 대거 매도했던 연기금은 지난달엔 416억원 순매수하며 모처럼 매수 우위로 돌아섰고 이달에도 총 주식 순매도액이 1천532억원에 그칠 정도로 매도 속도를 늦추고 있다.

에스엠과 함께 연기금이 차익 실현에 나선 종목은 코스닥의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이달 들어 100% 넘게 급등했다. 연기금은 669억원어치 에코프로비엠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일부 차익 시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나노신소재도 이달 62% 넘게 뛰는 동안 연기금은 360억원어치 순매도로 대응했다.

한편 연기금은 2월에 LG전자(1천195억원)와 네이버(1천42억원), LG에너지솔루션(813억원), LG화학(535억원), 금호석유(502억원) 등을 순매수 상위에 올렸다.

SM 빌딩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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