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첫번째 논의 테이블에 올린 신규 플레이어 진입과 은행-비은행권간 경쟁 촉진 방안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를 열고, 신규 플레이어와 비은행권의 업무범위 확대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들의 실익을 집중 논의했다.

신규 플레이어 진입의 경우 스몰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을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됐다.

은행업에 대한 추가 인가와 저축·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카드사와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은행권의 경쟁을 자극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 경쟁촉진·소비자 편의는 장점…건전성·소비자 보호가 문제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스몰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할 경우 경쟁촉진의 영향으로 금융서비스 수수료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지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대안이 정보통신(IT) 기술과 접목돼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가격인하와 서비스 양질화로 기존 대형은행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수목적은행이 예금·대출·수표지급 중 일부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고, 사업모델에 따라 개별적 자본금요건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소규모특수은행의 업무범위를 소매금융으로 제한하는 한편, 자본금요건을 '500만→100만파운드'로 완화해 도입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는 특화은행의 수익성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은 문제다.

특히, 특정 여신에만 집중하는 은행의 경우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는 구조가 불가능한 만큼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측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울러 틈새시장에 집중하는 만큼 대형은행 과점적 구조에 대한 경쟁 촉진 효과가 생각보다 미미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저축은행·신협 등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은행으로 볼 수 있는 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은행업을 추가로 인가하는 방안의 경우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요건을 갖춰 신청할 경우 추가 인가를 내줘 경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겠다는 게 골자다.

비은행금융지주의 은행업 진입 유도시 유효 경쟁이 제고되고, 다양한 금융겸업 사업모형을 유도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은행 수를 단순히 늘리는 방식을 고수할 경우 과잉영업을 통한 은행산업 전반의 수익성·건전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현실적으로 4대 시중은행 수준의 새 은행을 출범시키는 것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작은 시중은행도 자본총계가 5조원에 달한다. 은행산업의 규제가 강한 점도 설립 주체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이미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진입을 늘리는 것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방(저축)은행이 시중(지방)은행 인가요건을 충족해 신청하는 경우 이를 전환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로 논의됐다.

지방(저축)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저리로 신규대출을 취급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지역 중소기업·개입사업자 특화 은행으로서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과 비금융주력자한도 등 요건 충족이 어렵고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만큼 전환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규모 차이로 과점 해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신규 플레이어를 물색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진입을 희망하는 기관을 찾는 작업을 별도로 하고 있지는 않다"며 "지금 당장 없을 수도 있지만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수요는 생길 수 있다. 현재 시점 뿐 아니라 미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은행 종합지급결제사업자 허용되나…소비자보호 '사각지대' 우려

금융당국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유도하는 한편 기존 비은행 금융사들의 지급결제를 허용해 예금 및 지급결제 부분에서 은행의 유효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카드사 종합지급 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간편결제·송금 외에도 은행 수준의 보편적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다.

은행 계좌가 없더라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통해 보편적이고 편리한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찬성 측의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 또한 건전성 문제와 소비자보호 우려를 비껴까긴 힘들다.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은행에 비해 관련 규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의 금융산업 내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결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강영수 금융위 과장은 핀테크 업체는 이러한 논의에서 배제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특정한 업권을 중심으로 한정하겠다는 입장은 전혀 없다"며 "카드사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다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업권에 대한 논의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과거엔 특정 업권을 전체의 허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이제는 유동성 갖춘, 자격 있는 곳을 특정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접근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증권사 법인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은 기업들이 증권사를 통해 단순 송금 외에도 급여 등 소액 대량의 자금 이체와 기업·고객간 전자상거래대금을 이체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증권사가 직접 지급결제망을 이용할 경우 은행연계망 대비 지급결제수수료가 크게 줄어든다.

이는 증권사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금융비용 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의 기업금융(IB) 역량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트렌드가 증권업과 은행업의 겸업화로 전환하고 있는 점도 우호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증권사는 은행 대비 수신 기능이 취약해 금융시장 상황에 민감한 자금조달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증권사의 은행화로 인해 금산분리 정책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증권사에 개인자금 지급결제와 기업대출 허용에 이어 법인자금 지급결제까지 허용할 경우, 증권사가 은행업을 사실상 영위하게 되지만 금산분리 등의 각종 규제는 적용받지 않게 된다.

아울러 과거 비슷한 논의들이 수차례 나왔지만 결국 진척되지 않았다는 점도 실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영수 과장은 "일단은 경쟁촉진 차원에서 테이블에 올린 것을 다 논의해보자는 차원에서 과거 아이디어도 다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시 논의해 보고 또 어렵겠다고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증권사의 업무범위 확대에는 특정 대기업 계열사들이 계열 증권사로 결제계좌를 집중할 경우 증권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렇다 보니 '동일 업무·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과 지급결제 업무를 취급하는 기관은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 관리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아울러 보험사의 겸영업무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자는 대안도 전날 회의에서 논의됐다.

카드사에서 논의됐던 종합지급 결제 업무를 보험사에 적용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다만, 이는 보험리스크와 결제리스크의 분리를 위해 보험고객이 맡긴 지급결제계좌의 자산은 특별계정으로 대행은행 또는 제3의 기관에 위탁하고 운용대상 또한 엄격하게 제한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강 과장은 "지급결제 관련 이슈는 한국은행에서도 봐야 할 이슈인 만큼 전날 회의에는 한은에서도 참여했다"며 "한은의 생각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은행 경쟁 관점에서 봐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종지업은 은행 경쟁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추진된 게 아니었지만 이번엔 이러한 과제에서 다시 논의하게 됐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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