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증권업계의 묵은 숙원사업인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기업이 소유한 증권사가 사실상 은행화된다면 금산분리 정책 실효성이 저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에서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통해 소액 대량자금 이체(CMS)나 기업·고객 간 전자상거래 대금 이체(PG) 등 다양한 지급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효용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법인고객이 조달, 투자, 결제 등 자금흐름에서 증권사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금융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현행 은행연계망 이용에 따른 지급결제수수료는 건당 200원~500원인데, 증권사가 직접 지급결제망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건당 10원~14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문제는 증권사의 은행화로 인해 '금산분리 정책'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 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증권사에 개인자금 지급결제와 기업대출에 이어 법인자금 지급결제까지 허용하면 사실상 증권사가 은행업을 영위하게 되면서도 금산분리 정책 등 은행업권의 각종 규제는 적용받지 않게 된다는 게 우려의 시각이다.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등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사실상 은행화 되는 경우 금산분리가 무력화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들이 대기업 계열 증권사로 결제계좌를 집중하게 되면 해당 증권사로 대규모 자금이 집중돼 금산분리 정책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

지난 2016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내놓을 당시에도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제외된 이유가 삼성증권 등 특정 증권사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비은행권의 업무 범위는 건전성, 유동성, 소비자 보호가 잘 갖춰진 금융회사에만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 말은 금산분리 원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살펴보겠다는 의미로도 읽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지급결제를 허용한다고 해서 은행업을 허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저축은행, 신협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이미 개인·법인 구분 없이 지급결제 업무를 영위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증권사 자금이체는 별도 예치된 예탁금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대기업 지원이 불가능하다고도 말한다. 이미 자본시장법에서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제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지급결제가 은행의 본질적 업무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대형증권사들은 발행업무를 통해서 사실상 기업대출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금산분리하고 연관 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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