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금융당국이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정책 자금 대출 공급 활성화에 나서면서 시장 일각에선 구축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회사가 정책 모기지를 팔면 대출 포지션이 생기고, 대출이 늘어난 만큼 채권을 줄이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구축효과'에 대한 염려다. 실제 자금운용 규모가 큰 보험사가 대출 재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자산운용 과정의 변동성이 커질수 있다.

하지만 정작 채권시장의 반응은 섣부른 우려라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보험사가 상품을 공급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인센티브 제공으로 유인이 생길 경우 자금시장에 보험사가 미칠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3일 은행과 비은행간의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과 실무 회의 내용 등을 발표했다.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등 각 금융업권의 업무를 조정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회의에는 기존 은행이 취급하던 정책자금대출, 정책 모기지를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으로 확장하는 안건 등이 담겼다.

물론 현재도 보험사나 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정책모기지 상품을 아예 취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모기지 취급 기관으로 은행을 선호하는 탓에 이들이 참여할 유인이 적었다.

실제로 지난해 공급된 보금자리론만 살펴봐도 은행권 비중은 99% 이상이다. 사실상 정책모기지 상품은 은행권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금융위가 이같은 정책모기지 공급처를 비은행 업권으로 다양화하고 나선 것은 금융소비자들이 신용과 상황에 걸맞은 적합한 서비스를 찾을수 있도록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낮은 보험사나 카드사 등을 위한 인센티브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채권 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보험사의 경우 자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정책모기지 상품을 활발히 취급하면 채권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대출재원을 금융회사의 조달 자금으로 조성할 경우 채권시장의 '바이사이드'에서 큰 손 역할을 하는 보험사가 기존 채권운용 금액을 축소해 자금시장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우려의 여지는 있으나 아직은 기우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정책 모기지를 팔면 대출 포지션이 생기고 대출이 늘어난 만큼 채권을 줄이지 않겠냐는 일종의 '구축효과'에 대한 염려"라며 "이건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정책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시장금리가 높은 현재 상황에선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유인이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은행은 예대마진, 많은 지점 등을 통해 정책상품을 취급하지만 보험사는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시장금리를 따진다"며 "국고채가 1%대에선 이런 정책이 보험사 자금 운용에 변화를 주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지금 금리 대에선 보험사가 정책대출상품을 취급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은행 업권의 정책모기지 취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뜻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정책금융들은 유사한 대출과 비교해서 조건이 매우 좋은데, 이런 정책금융상품을 금융회사가 열심히 세일즈하지는 않는다"며 "금융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없으니 자격만 되면 정책금융상품을 팔아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보금자리론을 취급하면 대출 포지션이 생긴다. 금융회사는 이를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는 과정에서 일부 수수료를 받는 정도의 역할을 하게된다. 즉 기존 금융회사 입장에선 자금 이동의 시차 등으로 운용상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기존 자금 운용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만 금융회사가 모기지를 넘기면 공기업이 MBS를 발행하는데, 정책상품을 취급하는 회사에서 이 MBS를 의무적으로 매수하게 돼있다"며 "보험사는 기존에도 MBS의 제일 큰 매수처 중 하나라서 채권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끼칠 개연성 자체는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것 역시 결국엔 금리와 상관 관계가 클 것으로 봤다.

향후 보험사가 지급결제 업무에 뛰어들며 플랫폼을 통한 상품 공급을 확대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자 고금리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때 은행의 유동성이 보험사로 이동한다면 금융기관 간 조달 비용이나 대출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급결제를 플랫폼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한데서 따른 우려"라며 "연말 퇴직연금 시장의 유동성 사태가 보여줬듯이 모든 상품은 금리를 따라 이동하기 마련이다. 고금리 상품 기반의 출혈경쟁으로 조달비용과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 출혈경쟁에 대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워낙 엄격한만큼 제도 개선과 맞물린 앞선 우려"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먹구름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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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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