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새로운 건전성 제도 '킥스(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K-ICS)'를 전략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국내 보험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기존의 지급여력제도(RBC)를 대신해 올해부터 적용되는 킥스 시행을 앞두고 효율적인 자본관리 방법을 찾고자 경과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교보생명을 비롯해 8곳 안팎의 국내 보험사가 킥스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신청 보험사의 예상 킥스 비율 등을 살펴본 뒤 이달 중으로 이들 보험사에 적용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이 그간 꾸준히 킥스 도입 과정을 살펴본 만큼 신청 서류만 모두 첨부됐다면, 별도의 검증 없이 신고를 수리할 방침이다.

◇경과조치, 최대 10년까지 위험액 인식 유예

지급여력제도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충실히 지급할 수 있도록 추가자본을 보유하는 제도다. 보험사는 내재한 위험을 '지급여력 기준금액'으로 측정하고, 보험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는 '지급여력 금액'과의 비율을 법상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 같은 지급여력제도는 기존 RBC에서 올해부터 킥스로 개편됐다.

킥스 체제 아래서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 평가해 건전성 감독기준 재무상태표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급여력금액과 지급여력 기준금액을 산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산출기준이 변경됐다.

현행 RBC 제도에서는 손실흡수 능력에 일부 제한이 있는 보완자본을 기본자본에서 차감 항목을 제외해 한도로 인정했지만, 킥스 체제에서는 지급여력 기준금액의 50%로 설정했다.

더불어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자산집중 위험 등을 신규 측정 리스크로 추가했다.

해당 항목에 대한 리스크를 정교하게 측정하고자 보험사는 미래현금흐름에 충격을 부여했을 때 감소하는 순자산 규모를 리스크로 측정하는 충격 시나리오법을 도입해야 한다.

금감원은 새로운 지급여력제도를 준비하는 보험사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경과조치를 도입했다.

이는 시가평가 과정에서 보험부채 증가로 인한 지급여력 금액이 줄어드는 효과나 강화된 측정기준 탓에 늘어난 위험액을 한꺼번에 인식하지 않고 최대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보험사는 RBC 비율이 100%를 상회하면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이 100% 미만이더라도 최대 5년까지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을 수 있다.

다만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보험사는 금감원장과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해야 한다. 분기마다 이행 실적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들의 오는 3월 말 기준 적기시정조치 유예는 RBC 비율로 판단된다. 다만 향후 후속 절차는 킥스 비율로 정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 유예는 올해 3월 첫 결산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이후 킥스 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하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라며 "킥스 탓에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금감원 "경과조치 적용은 자본효율성"

보험업계에선 이번 경과조치 신청을 두고 꽤 흥미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생명과 같이 최근 RBC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가 임박한 중소형사도 있지만, 교보생명처럼 배당 가능 잉여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형사도 있어서다.

금감원은 이번 경과조치 신청을 보험사의 자본효율성 극대화 관점에서 보고 있다. 킥스 적용을 유예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경과조치 적용을 받는 보험사의 경우 장수나 사업비 등의 하위 위험을 초기 100% 모두 인식하지 않는다. 올해는 10%, 내년에는 20%와 같이 해마다 적용 비율을 점진적으로 올려 10년간 최종 100%를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보험사는 전략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할 시간을 벌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과조치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며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보험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조만간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를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교보생명
[촬영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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