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킥스(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K-ICS)' 적용의 유예 신청을 한 보험사의 경우 배당성향은 업계 평균의 절반을 넘길 수 없다.

이들 보험사에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구심이 재무 건전성인 만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제한함으로써 캐피털 게인 관점의 페널티를 부여하는 셈이다.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각각 35.6%와 34.6%로 집계됐다. 업계 평균 배당성향에는 배당을 하지 않은 보험사는 물론 배당을 하지 않은 년도 모두 모수에 포함됐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최근 5년간 업계 평균의 50% 또는 해당 보험사의 과거 5년간 평균의 50% 중 큰 값을 넘길 수 없다. 배당이 과도하게 책정되지 않도록 배당성향을 제한한 셈이다. 다만 성과급은 예외다.

만약 배당 기준을 초과해 지급한다면, 그때마다 경과조치 잔여 경과 기간이 줄어든다.

국내 보험사의 최근 5년 평균 배당성향이 35% 안팎임을 고려하면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은 사실상 20%대 배당성향을 나타낼 수 없는 셈이다.

개별사와 업계 평균 중 최댓값을 적용할 수 있지만, 국내 보험사의 배당 현실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이들이 기록할 수 있는 배당성향은 10% 초중반이다.

이미 국내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글로벌 보험사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독일의 알리안츠나 프랑스의 악사 등 글로벌 보험사들의 배당성향이 50% 수준인 데 비해 국내에선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정도가 각각 60%와 30%대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선 업계 상위권 손보사가 20% 중반의 배당성향을 나타낼 뿐, 상장사인 한화생명조차 2년째 배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킥스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할 수 없었던 배경으로 배당 제한을 꼽는다. 만약 경과조치를 이유로 배당성향을 줄여야 한다면 주가 급락이 불가피해서다.

실제로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 중에선 비상장사이거나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꽤 포함됐다. 주가 변동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거나, 단일 주주인 곳들이다.

보험사 고위 임원은 "(배당을)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배당에 제한이 생긴다. 이는 주주들에게 실망을 주고 곧장 주가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배당은 킥스 유예 신청의 주요 팩터다. 상장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신청할 경우 시장에 낳을 수 있는 오해 역시 그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보험사들은 경과조치 신청이 낳을 시장의 오해도 우려하고 있었다. 킥스가 RBC에 비해 강화된 조치인 만큼 지난해 고조됐던 보험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여전하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직 정확한 킥스 적용 비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RBC와 킥스 중 어느 것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보험사는 윤곽이 잡혔다"며 "보험사 입장에선 킥스 적용 유예가 건전성 우려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이 적용받는 가이드라인을 고려하면 이들을 향한 우려는 기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대다수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 여력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자본관리를 위해 수년에 걸쳐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부채다. 정해진 기간 안에 투자자에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지급여력을 관리하고자 차입을 통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신종자본증권 발행보다 높은 차입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이다.

경과조치는 신청 보험사가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조기 중단이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재무 상태에 따라 경과조치 적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일종의 과도기를 원활히 넘기기 위한 완충장치다. 금감원 역시 시장에 낳을 수 있는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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