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모습
[HMM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박경은 기자 =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IB 사이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측이 제시한 자문사 선정 기준 상 국내IB가 해외사보다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불만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 측은 지난주 주요 IB 증권사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전달했다.

RFP에는 지난 2020년 1월 이후 종결된 3천억원 이상의 인수·합병(M&A) 건 수행 실적과 최근 5년 이내 국내외 해운업과 관련한 자문 실적이 자문사 선정 기준으로 기재돼있다.

매각자가 보유한 지분이 4조원대에 이르는 초대형 빅딜이기에, 관련 산업에서의 전문성과 빅딜 수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취지다.

이에 지난달 말부터 전담 조직을 꾸리고 HMM 매각 주관사 선정에 대비해왔던 국내 증권사들은 막상 RFP를 전달받은 후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3천억원 이상의 인수·합병(M&A) 딜 수임뿐 아니라 해운업과 관련한 자문 실적 모두 해외 IB 등 경쟁사들을 앞서기 힘든 상황이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 자문순위(화면번호 8460)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인수·합병(M&A) 재무 자문 순위에서 국내 증권사가 상위 3위권 안에 든 사례는 전무하다.

지난 2020년에는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 2021년에는 모건스탠리와 BOA메릴린치, 지난해에는 모건스탠리가 회계법인들과 함께 베스트 3위 자문사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국내 IB가 3천억원 이상의 딜을 수임한 경우도 다수 있지만, 최근 5년 이내 국내외 해운업 자문 실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STX조선해양과 흥아해운, 동아탱커 등 해운업계 주요 딜에는 회계법인과 해외 IB가 매각 주관사 역할을 맡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참여하는 국책 딜인 만큼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국내 IB들에게도 자문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6년에도 산업은행의 외국계 IB 일감 몰아주기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회계법인을 제외, 국내외 IB 중 산은과 함께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곳으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꼽힌다.

당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2016년 산은이 선정한 매각 주관사 리스트를 제시하며, 블록딜을 포함해 총 19건의 딜 중 CS가 10건의 딜을 맡았다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시했다.

산은은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 공정한 결과라며, 국책금융으로서 수수료를 감안할 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반론한 바 있다.

CS는 STX, 금호산업, 동부팜한농, 동부제철,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의 매각 건에서 산은과 네트워킹을 쌓아왔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CS가 산은의 매각건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해왔으나 당시 네트워킹을 쌓아온 수장이 교체되면서 HMM 매각 자문사 선정은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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