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장비 수입을 줄이며 본격적인 투자 축소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 반도체 재고율 추이
연합뉴스 자료 화면.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최근에는 나노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 구매까지도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반도체업계와 통계청 수출입통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장비 수출입액은 총 2억8천4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1월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3억4천8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전공정장비 중 도포·현상·식각 장비 수입 금액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 모양을 새기고(도포·노광·현상) 깎아내는(식각) 핵심 공정이다.

지난 1월 관련 장비 수입액은 855억3천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기록한 1천633억2천400만달러 대비 50%가량 급감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네덜란드로부터의 장비 수입도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네덜란드 노광 장비 수입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네덜란드 장비 수입의 대부분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ASML에서 이뤄진다.

ASML의 노광 장비는 첨단 기술 확보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한 대 가격만 수천억원에 이르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늘 주문이 밀리는 '슈퍼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해 구매를 요청할 정도로 중요한 장비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에서 장비 수입을 늦추거나 줄이는 까닭은 여전히 재고 부담이 크고 수요 회복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1월 기준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1분기 말 기준 공급사 재고는 D램은 15주, 낸드는 19주 이상으로, 작년 말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급 재고가 오히려 작년보다 늘었다는 것은 고객사의 주문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뜻이다. 수요 모멘텀 부재에 반도체 업계는 연말까지도 재고 부담이 지속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생산량 조절을 위해 삼성전자의 경우 장비 재배치를 통한 라인 효율화 등을 추구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직접적인 감산을 단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14나노 수준에서 정체된 데는 첨단 장비 도입 지연이 영향을 줬다"며 "장비 확보는 반도체 기술 격차 확보에 필수적이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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