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희가 여러 차례 다뤘던 부동산 PF. 여전히 위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해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최악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글로벌 긴축으로 금리가 유례없는 속도로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었고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미분양도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사실 뭐든지 상황이 급박해지면 탈이 나는 법이잖아요. 부동산 경기가 급강하하고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에서의 신뢰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시장의 금리가 치솟았습니다. 부동산 사업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와 금융사들이 돈줄이 막히는 일이 발생했죠.
부도를 맞는 건설사도 나왔고요. 그래도 올해는 금리가 지난해만큼은 치솟지 않을 것이다. 끝물이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이 바닥이다. 이런 기대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죠. 그리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시장의 자금 융통이 그나마 좀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죠. 이에 시장에서는 증권사 등 PF에 투자한 금융사들에 대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춘래불사춘. 봄이 왔는데 부동산 시장만큼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 방금 말씀하신 증권사 PF. 이 문제는 계속 현재 진행형이잖아요.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증권사하면 흔히 주식을 많이 떠올리시잖아요. 그런데 증권사들이 현재 부동산 PF 사업의 메인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증권사들을 사실상 먹여 살린 게 부동산 PF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과거에는 시공사 즉 건설사와 은행이 주로 PF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호황기를 타고 증권사들이 부동산 PF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증권사들은 PF에 대출을 해주거나 보증을 서주거나, 아니면 복잡한 PF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 등으로 PF에 투자를 했죠.
최근까지 증권사들이 공개하는 고액 연봉자 톱5 중 상당수가 부동산 PF 인력이었어요. 성과급만 수십억에 달하는 직원들도 나왔고요. 제가 과거에 이게 대형 증권사 직원과 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같은 회사지만 PF 직원과 다른 회사에 다니는 것 같다.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이런 이야기를 좀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최근에 금융감독원에서 부동산 PF 성과급에 대한 점검도 나서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까 증권사 부동산 PF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나타냈고요. 금융 데이터 단말기 플랫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019년 초 13조 원에 불과하던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21조 원에 달했습니다. 부동산 호황기에 증권사의 부동산 PF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부동산 PF 사업이라는 것이 분양이 잘 되면 떼돈을 벌 수 있는 건데, 분양이 또 안 되면 자금 회수도 어려워지면서 돈이 물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증권사부터 위험하다 이런 이야기가 시장에서 돌기도 했고요. 실제로 시장에서도 부도 위험에 직면한 증권사들의 실명이 거론된 정보지가 돌기도 했죠.

[앵커]
증권사 PF 규모가 이 정도라면 금융당국도 뭔가 좀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점검도 진행하고.
[기자]
네 맞습니다. 이달 초부터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CEO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어요. 취재를 해보니까 주제는 증권산업 발전과 리스크관리 이쪽이었는데 처음으로 꺼낸 게 부동산 PF 이야기였습니다.

증권사 PF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금감원장은 증권사 유동성 이슈에 대한 여진이 여전하다면서, 올해는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부동산 PF 리스크가 증권업계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이에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를 점검하고 비상 계획을 세워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발 빠르게 리스크에 대응하라는 경고를 한 것이죠. 정부는 현재 부실 PF 자산을 매입하는 구조조정 펀드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위기의 끝이 아닐 것으로 보고 급격한 금융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연쇄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워크아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정부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파급되지 않도록 정책 금융 공급 규모를 28조4천 원까지 늘릴 계획을 어제 발표를 했습니다.

확실히 이제 총알을 준비하겠다. 이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고요. 부동산 PF 시장 분위기를 대략적으로 취재를 해보니까 폭풍 전야.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폭풍이 오기 전에 약간 조용해지잖아요. 이런 느낌이 들었고 크게 한 방 남은 것이 아니냐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앵커]
위기 때마다 구조조정펀드가 가동이 됐는데, 결국 부실화돼 디폴트가 나버리면 손실을 국고로 메우는 것이고, 국민세금으로 메우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디폴트보다도 더 무서운게, PF에 묶여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 돌지 않는 것을 사람의 몸으로 따지면 순환계가 망가지는 것이잖아요. 그것이 굉장히 위험한 상태인데. 돈이 묶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거 아닙니까.
[기자]
증권사들이 PF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됐잖아요.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집은 건설사들이 짓는데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시스템이죠. 증권사들은 특히 PF 사업에서 브릿지론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간단하게 PF 사업이라는 것이 부동산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가지고 먼저 돈을 당긴 후에, 나중에 분양 등을 통해서 돈을 회수하는 것이죠. 브릿지론은 PF 본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토지 매입과 인허가 시공사 보증 등 사업 초기 자금을 대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PF 공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서 브릿지라고 불리는 것이죠. 본격적인 사업 전에 대출을 해주는 만큼, 사업이 착공되고 분양이 되어야 하는데.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건데. 부동산 경기 둔화로 사업 진척이 잘 안 되면 그대로 자금이 묶여버려서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도 높은 것이죠.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이다 보니까 증권사들이 노다지로 여겼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잘 되면 성과급도 엄청나잖아요. 증권사들의 브릿지론 규모는 전체 증권사 PF 중에서 30%에 달해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또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PF 사업장들이 공정률이 높거나 준공이 된 사업장이 매우 적다는 분석 결과가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하면 증권사들이 PF에 물린 금액이 상당수가 장기화했다는 의미고요. 일종의 시한폭탄을 떠안은 셈이죠. 자금 회수에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PF가 82%에 달하고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고 분양이 잘 되는 시기에는 이자도 받고 자금 회수도 잘 되고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자금 회수가 힘들어지고 있죠.
부동산 PF에 물려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결국 증권사들이 부동산 사업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죠. 최근 대우건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건설사가 손절을 해버리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건설사가 부도가 난다. 이렇게 되면 돈이 물리잖아요. 점점 PF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 위기를 잘 극복해내야 할 텐데요. 만약에 PF가 부실화된다면 증권사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전체로까지도 번질 수가 있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부동산 PF에 건설사뿐만 아니라 증권사, 캐피탈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 주체가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신용 보강과 구조화 형태도 복잡해져서 훨씬 다양한 경로로 경제 주체들에게 파급력이 미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
미분양이 심화하고 건설사 부도 등으로 PF 사업이 잘 안 되잖아요. 그러면 이제 부동산 PF 대출과 유동화증권의 동반 부실이 발생할 수가 있는 것이고요. 이것이 PF 관련 증권사 등 금융사들의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부동산 PF는 미래의 현금을 바탕으로 조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장 불안에 따라 작은 트리거 하나만으로도 변동성이 상당히 커질 수가 있는 것이죠.
건설사, 증권사,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 국내 기업과 금융사가 PF를 연결고리로 해서 묶여 있는데요. 사실 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치솟고 돈맥경화 상황이 재발을 하게 된다면 이 연결고리가 막히게 되는 상황이 되잖아요.
지난해 하반기에도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했었는데 금융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고요. 또 이미 분양이 진행된 아파트 PF 사업장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미 분양을 받은 사람들도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부동산 시장 흐름이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기자]
역시 분양 시장이 제일 중요한 것이죠. 근본적인 증권사나 부동산 PF 문제는 결국 분양 시장이 연동돼 있고요. 부동산 PF 사업의 본질은 부동산을 만들어서 파는 거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집이 안 팔리는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국내 주택 경기는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가라앉은 상태고. 때문에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단말기 데이터를 보면 올해 1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천호를 넘어섰습니다.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죠. 사실 저기서 끝나면 괜찮을 수 있지만 이게 어디까지 올라갈지 가늠이 안 됩니다.

그리고 올해 여전히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고, 시장은 금리 인상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봄이 왔지만 봄이 오지 않은 춘래불사춘과 비슷하다 이런 이야기도 많고요. 증권사들도 결국 분양이 돼야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건데, 분양이 안 되면 돈이 물리고 또 거기다가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들이 PF 사업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것인지, 집이 잘 팔리는 것인지 중요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kphong@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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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2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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