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배터리 이차전지. 이제는 정말 주력산업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은데요. 지난해도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죠.
[기자]
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우리나라 배터리의 삼두마차죠. 전기차 시장이 만개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이 25조5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찍었고요.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삼성SDI도 매출이 지난해 20조원을 돌파했고요.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SK온은 신규 공장 비용 증가 등으로 1조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내기는 했으나 지난해 매출이 약 7조6천억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공급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2.5% 축소됐지만 전기차 시장은 63%가 넘게 고성장했습니다. 이에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도 2025년까지 연평균 33%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
오랜 업력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K-배터리가 쑥쑥 성장하는 게 굉장히 고무적인 일인데. 일단 외형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올해 1분기에도 외형적인 성장 가능하겠습니까.
[기자]
이달은 1분기 마지막 달이죠. 1분기에도 K-배터리 3사가 순항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을 하고 있어요. 금융정보 데이터 단말기 연합인포맥스의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약 8조2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대형 전지에서 유럽계 고객사들의 사업 부진을 현대차와 GM의 출하량 증가로 상쇄하면서 선방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 삼성SDI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약 5조3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가량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1분기 헝가리 공장 신규 라인 가동 확대도 이뤄져 외형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보기에는 시장에서 꽤 선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재무 부담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이거는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지속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하잖아요. 그런데 재무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이런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죠. 나이스신용평가는 K-배터리 기업들의 재무 분석 리포트를 내놨는데요.
여기서 나이스 신용평가는 K-배터리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 효과를 제외할 경우, 재무 위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추세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합산 현금흐름 적자 규모는 10조 원에 달한다 이렇게 분석했어요.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재무지표 중 하나죠.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에서 투자 등으로 지출된 돈을 뺀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이 비즈니스를 통해서 얼마나 현금을 벌어왔냐는 지표고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IPO를 했었잖아요. 이를 제외하면 배터리 3사의 부채 비율은 141%, 순차입금 의존도는 28%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제가 생각하기에는 외형적으로 커져야 하기 때문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 투자를 해야하고. 벌더라도 투자금이 더 많이 들어가면 당연히 현금흐름이 나빠지는 것인데. 신평사들은 그런 점을 지적한거죠?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설비 투자 때문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요. 2차전지 기업들은 아시다시피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잖아요. 배터리 산업 특성상 완성차 기업들과 조인트 벤처를 통해서 맞춤형 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 속도가 유례 없이 가파르다는 것입니다. 투자는 당연히 해야겠죠. 그런데 매년 2차전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차전지 생산 리드 타임. 즉 제품 생산 소요 기간을 2년 정도로 잡았을 때 계산을 해보면,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매년 매출액 대비 60% 가까운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차전지 사업 자체가 아직까지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그림을 보시면 사업별 수익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업계에 비해 아직은 떨어지죠. 물론 현재 배터리 시장이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잖아요. 성장하는 산업이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이 안정화한다고 해도 배터리가 일종의 자동차 부품이잖아요. 자동차 부품 산업 특성상 두자릿수의 영업 마진은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고요. 또 해외 거점 확대에 대한 수율 이슈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중국 등과의 배터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도 시장에서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중국과의 배터리 경쟁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보고 싶은데요. 지금 분위기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반적으로 중국 기업들은 중국 현지 로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지금까지 평가받았는데요. 이제는 전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는 추세입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데이터를 보면요. 여전히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 자체는 LG엔솔이 올해 1월 기준 24.4%로 최고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 CATL이 24.1%까지 치고 올라왔어요. 그림을 보시면 가파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CATL의 경우 테슬라 모델3의 중국산 유럽, 북미, 아시아 수출 물량을 비롯해서 기아 니로와 닛산 등 판매 증가로 중국 이외의 시장에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CATL을 선두로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종의 배터리 인해전술이라고 볼 수 있겠죠. 원료 채굴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배터리 생산에 공급망을 쥔 중국 기업들이 저가 수주 전략을 쓰면서, 치킨게임을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나라 업계는 이제 중국의 저가공세에 시장이 만개할 때까지 버는 것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이중고에 처했는데요. 정말 위기의식을 느낄만 하겠습니다.

[기자]
제가 지난해 LG화학 출입기자로서 LG엔솔 IPO를 취재했거든요. 당시에도 역대 최대 IPO로 주목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당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CATL을 직접적으로 경쟁사로 언급했어요. 그러면서 CATL이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이때문에 LG엔솔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물량 공세를 통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LG엔솔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물량 공세를 통해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이 확장한다고 하면 LG에너지솔루션도 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까 SNE리서치 그림만 봐도 LG엔솔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CATL인데, LG엔솔이 자리를 점점 잠식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앵커]
지금 이야기만 들어봤을 때는 당장 재무 건전성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기자]
투자를 하다 보니까 K-배터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은 적자 상태였습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 재무지표 중에 하나고요. 실제로 사업을 통해서 얼마나 현금을 현금이 들어왔는지를 밝혀주는 지표입니다. 회계적으로 봤을 때 매출. 기업 외향은 지속해서 성장을 할 수가 있죠.
하지만 과도하게 투자가 늘어난다든지 수익성이 떨어지면 기업 내실인 현금 흐름은 나빠질 수가 있겠습니다. 아무리 이차전지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정작 투자한 후 과당 경쟁 등으로 이익이 나기 힘들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 사업을 연속적으로 지속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나이스신용평가가 이차전지 기업들의 현금 흐름을 직접 분석해봤습니다. 이차전지 기업들의 이익률이 개선되는 일반적인 경우인 베이스 시나리오,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이익률이 하락하거나 악화하는 스트레스 시나리오 2가지 시나리오로 나눠서 이차전지 기업들의 재무를 분석했습니다. 이차전지 회사들은 증권사 컨센서스에도 나왔다시피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재무 안정성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LG엔솔과 삼성SDI, SK온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의존도는 일반적 상황과 스트레스 시나리오 모두 악화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
간단하게 설명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입금을 당겨서 빚을 내 투자를 할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이러다 보니 금융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고. 설비 투자에 들어간 돈도 늘어나고 이 때문에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년까지 경쟁적 상황이 이어질 경우 배터리 3사의 부족 현금 규모가 올해와 내년 합쳐서 2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운전자금과 회사를 굴러가게 만드는 자금의 설비 투자까지 들어갈 돈이 엄청난 것이죠. 그림을 보시면 베이스 시나리오. 일반적 시나리오에서 올해 배터리 3사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운전자금 설비 투자 등을 뺀 순수하게 현금으로 쥐는 현금 흐름이 올해는 마이너스 16조원. 내년은 마이너스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좀 더 안 좋은 시나리오. 이차전지 기업들의 이익률이 유지되거나 악화하는 시나리오에선 2년간 마이너스 현금흐름은 39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이렇게 나옵니다. 그래서 위기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굉장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면 실제로 등급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위기 상황이네요.
[기자]
안좋은 상황이 지속되면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나이스신용평가도 이차전지 기업들의 재무 부담 증가 수준이 다른 산업 대비 높다고 지적했어요. 재무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도 봤고요. 어떻게 보면 신평사에서 미리 K-배터리 기업들의 경고를 한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는 기술 경쟁력과 레퍼런스, 성장 전망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재무안정성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겠냐 이런 시점이고요. 신용 전망이 나빠지면 이자 부담도 늘어나겠죠. 고금리 시대에 나이스신평은 지금의 배터리사에게 수익성 강화와 운전자금 관리, 투자 속도 조절, 추가적 유상증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kphong@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5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