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반도체로는 가망이 없다. 반도체를 넘어선 소프트웨어를 해야 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 명예교수
연합뉴스 DB.


국내 컴퓨터 공학계의 산증인인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국가'의 한계를 지적했다.

부품만이 아니라 부품을 움직이는 뇌를 갖춰야 한단 의미다. 메모리 반도체라는 부속품으로는 IT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송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국내 최연소 교수로 24세에 교수 생활을 시작, 박사만 30명을 배출했다. 1970년 국내 최초로 생긴 전자계산학과에 진학해 이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내 전산학(컴퓨터공학) 박사 1호'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30년간 유럽 IT 학회 임원으로 한국의 위상을 유럽 전역에 알리기도 했다.

문 교수는 반도체라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소프트웨어의 힘을 이길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시장의 4배는 크다"며 "메타나 시스코, 아마존도 자체 운영체제(OS)를 갖고 내재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하드웨어는 OS라는 소프트웨어에, OS는 데이터베이스(DB) 엔진이 감싸고 있는 양파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키우려는 인공지능(AI)이나 챗 GPT 같은 건 이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최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과학법'과 '칩(Chip) 4' 동맹이 대표적이다. 칩4 동맹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안정화를 위한 공급망 형성 동맹으로, 한국과 일본, 대만, 미국 등이 포함된다.

문 교수는 "칩4를 비롯한 미국의 반도체 지원금 혜택을 우리나라가 받기는 어렵다"며 "이러한 패권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자체적인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프트 파워'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최근의 공유 경제 관련 IT 유니콘이다.

문 교수는 대표적으로 미국의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자기 호텔, 자기 자동차 없이 소프트웨어의 힘만으로 엄청난 사업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며 "별다른 장치도, 설비도, 시설도 없이 이러한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게 소프트웨어다"고 전했다.

영업이익률을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대표 팹리스 기업인 퀄컴은 지난해 말 기준 26.94%, 엔비디아는 23.06%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8.08%, 인텔은 12.04%를 나타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안정적이지 않다.

문송천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체 개발 OS로 내세우는 기술은 세계 시장에 내놓기에는 미미하다"며 "우리나라도 정부와 주요 기업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kl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2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