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급여력제도(RBC) 비율 200%대를 유지하고 있는 농협손해보험이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의 경과조치를 신고했다.

업계 최상위권 건전성에도 킥스 제도 적용을 유예하고 나선 것은 금융지주 자회사로 비상장사가 누릴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중 킥스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한 곳은 총 19곳이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을 비롯해 농협생명, 흥국생명, DB생명, KDB생명, IBK연금, DGB생명, 하나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처브라이프 등 12곳이 신청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손보와 롯데손보, 흥국화재, MG손보, 그리고 농협손보 등 6곳이, 재보험사 중에서는 스코르가 유예 적용을 원했다.

손해보험사 중 눈길을 끈 곳은 단연 농협손보다.

농협손보는 손보업계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화재와 함께 RBC 비율 200%를 웃돈 업계 최상위 건전성을 유지한 곳이다.

실제로 농협손보는 최근 3년간 RBC 비율이 줄곧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2020년 말 188.78%를 기록한 이래 2021년에는 196.49%, 지난해 말에는 200.2%를 유지했다.

시장 금리가 크게 출렁이며 보험업계 전반이 RBC 비율 유지에 혈안이 됐던 지난해 분기별 건전성도 우수했다. 작년 3월 말 기준 186.55%를 기록했던 RBC는 6월 말과 9월 말 각각 206.53%와 200.30%를 나타냈다.

농협손보는 신설된 하위 보험리스크 중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 부분과 금리리스크, 두 곳에 대해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은 신규 보험위험 측정과 금리나 주식위험 측정기준 강화에 따른 요구자본 증가를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킥스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로 산출되므로, 가용자본 감소와 요구자본증가를 점진적으로 인식하면 제도 시행 초기 킥스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 보험사 재무 담당 임원은 "보험사의 자본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현행 RBC비율 200%면 킥스 비율로 전환하더라도 150% 이상은 유지된다"며 "안정적인 비율에도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은 향후 적용될 리스크를 분산, 물리적으로 시간을 벌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건전성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교보생명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교보생명은 대형 생보사 중에서 유일하게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신청 분야는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 보험리스크와 주식리스크다. (연합인포맥스가 6일 송고한 '[복잡한 킥스 셈법] 교보생명도 신청한 경과조치' 제하의 기사 참고)

현재 교보생명의 RBC는 180% 수준이지만 킥스 비율로 전환하더라도 150% 수준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가 비상장사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9곳 보험사 중 한화손보와 롯데손보를 제외하면 상장사는 찾아볼 수 없다. 금융지주의 출자나 재무적투자자(FI) 등이 아닌 일반 주주를 보유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의 경우 시뮬레이션한 킥스 비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경과조치 신청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전략적 선택일 뿐"이라며 "하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시선이 부정적이다 보니 상장 보험사들은 주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 말 공개되는 지난해 결산 결과에 따라 경과조치 적용 전후의 효과를 분석하고 킥스 재무정보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NH농협손해보험
[촬영 안 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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