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V 파산·분기말에 전방위적 달러 수요 확산
1년 FX스와프포인트 14년 만에 -30원대 추락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이규선 기자 = 국내외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외화자금시장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즉각적인 미국 금융당국의 대책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대 후퇴로 달러-원 환율은 하락 안정화했지만, 외화 조달 여건은 악화일로에 빠졌다.

14일 외화자금시장 참가자들은 FX(외환) 스와프포인트의 하락 속도가 SVB 파산 이후에 한층 더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초단기와 단기물이 낙폭을 확대하면서 작년 연말까지 풍부했던 금융기관의 달러 유동성 여건에도 변화 조짐이 관찰된다.

전일 초단기물인 오버나이트는 마이너스(-)0.15원에, 탐넥(T/N·tomorrow and next)은 -0.13원에 호가했다. SVB 부실 문제가 불거지자 하방 변동성을 확대했다.

단기 구간이 불안해지자 기간물도 연저점 행진을 이어갔다. 1년 만기 FX 스와프포인트는 전장보다 0.80원 하락한 -30.60원에 거래됐다. 종가 기준 -30원대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스와프포인트 기간물(1개월, 6개월, 1년) 추이


◇ SVB 파산 충격 못 피한 외화자금시장…달러 잉여 마침표 찍나

같은 날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급락했다. 국내 코스피도 미 당국의 적극적인 예금 전액 보호 대책에 힘입어 투자 심리를 회복했다.

외화자금시장은 SBV 파산 이후 44시간 만에 시그니처은행까지 연쇄 도산하면서 달러 조달 여건이 악화했다. 향후 유동성 부족에 대비한 기관들의 달러 보유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스와프포인트는 급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외화자금시장 여건에 심리적인 쏠림 현상이 가세했다고 진단했다. 주요 변수로 작용한 미국 국채 금리가 방향을 바꿔 급락했지만, 스와프포인트가 하락 일변도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취약한 심리 상태를 뒷받침했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스와프 시장은 하루짜리 초단기물에서 보듯이 위험을 생각보다 심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단기와 중기, 장기 구간을 안 가리고 더 내려갈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에셋스와프 물량이 많은 계절적 요인과 분기 말을 앞둔 경계감도 스와프포인트 반등에 부담을 주고 있다.

B은행의 한 딜러는 "SVB 사태를 필두로 거의 반년 가까이 지속된 달러 잉여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간물은 일주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분기 말을 넘어가서 반등하기가 쉽지 않다"며 "또 원래 3~4월은 에셋스와프 물량이 몰리는 때"라고 덧붙였다.


◇ 무너지는 스와프 심리…쏠림 우려 속 당국 역할론 커져

SVB 사태로 스와프포인트의 하락 폭이 커지면서 당국을 향한 기대감은 커졌다.

전일 정책성 비드가 유입했지만, 심리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번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전이되지 않도록 주요국 정부가 선제 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나서는 만큼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시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존 은행의 '셀앤바이' 포지션에서 손절성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계감도 강하다.

다만 장기간 계속돼 온 연준을 향한 긴축 경계감도 여전하다. 급격하게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했지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스와프포인트 하락 압력은 다시 강해질 수 있다.

C은행의 한 딜러는 "SBV 사태로 단기물 변동성이 극심하다"며 "미국 국채 금리가 내려도 심리가 쏠려있어 당국의 개입이 더 나올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미국 CPI 발표까지 남은 상황에서 당국이 먼저 개입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무역적자로 매달 달러가 유출되는 상황에 달러 유출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은 스와프포인트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위기 상황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41.2%로 규제 비율인 80%를 한참 상회한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패닉'이라고 부르기에는 글로벌 달러 유동성, 시중은행의 외화 유동성 모두 양호한 상황"이라며 "엔화와 유로화 스와프베이시스도 하락하고 있다. 국내 외화자금시장을 패닉이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조달 시장은 보수적"이라며 "SVB 사태 등이 있으면 달러 공급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를 단기로 조달하려는 수요가 타이트해졌다"며 "지난주 파월 의장 증언 때보다 스와프포인트 낙폭이 더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지금은 어느 나라나 당국에서 SVB 사태가 글로벌 시장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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