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올리자"…금융지주, 주주환원 확대 추진
JB금융vs얼라인파트너스, 배당 정책 표 대결도 관심
올해 불확실성 확대…주주가치·시장 상황 절충 고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올해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주주환원 확대다.

고금리 시대 이자장사로 역대급 이자 이익을 벌어들인 데 대한 보상으로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돈잔치를 벌인 데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금융지주들이 주주들을 달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들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통해 주주가치 확대에 나선 것도 달라진 분위기다.

다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충당급 적립 등 자본 건전성을 우선시해 지나친 배당 확대를 자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주환원율 높이는 금융지주…역대급 이익에 주주가치 제고 추진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대폭 확대된 배당 성향 정책을 결의한다.

신한금융지주는 2022년 결산 기준 주당 2천65원의 현금 배당금을 지급한다.

주당 배당금은 2021년 기준 1천960원보다 높으나, 실적이 좋았던 만큼 배당 성향은 26.05%에서 23.54%로 줄어든다.

다만, 신한금융은 3천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총 주주환원율은 전기 대비 4%포인트(p) 상승한 30% 수준을 맞췄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각각 26.15%, 27.49%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총 주주환원율을 33%, 32% 수준까지 올린다.

우리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전기 25.28%보다 높은 26.18%를 제시했고, 연중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3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맞출 계획이다.

추가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결의한다.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배경엔 작년 벌어들인 이자 이익이 자리한다.

막대한 수익에도 금융지주의 주가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투자자를 달랠 방안으로 높은 주주환원을 제시했다.

4대 금융지주는 작년 순이익 15조8천5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조3천77억원 늘어난 이익을 얻었다.

그중 4대 지주의 이자 이익은 39조6천735억원으로 작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작년 4분기 채권시장 경색에 따라 기업들이 대출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린 덕분이다.

금리 인상의 수혜를 받은 은행들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며 정치권과 당국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2022년 임직원 성과급은 7천117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74%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은행의 '돈 잔치'에 대한 비판이 커졌고, 은행권 수익 환원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다만, 금융지주 주가는 하락장이 더해지면서 작년 한 해 오히려 낮아진 모습이다.

작년 연간 기준 하나금융 주가는 1.52% 하락했고, 신한금융은 5.38%, 우리금융은 10.12%, KB금융은 12.45% 내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많아 기업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며 "금융지주도 주식회사기 때문에 해외 금융사와 유사하게 배당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율 늘려라"…얼라인vsJB금융 표 대결도 예고

주주환원과 관련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JB금융지주의 표 대결도 이번 주총의 주요 관심사다.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의 2대 주주임을 고려하면 이번 주총 결과를 통해 실제 투자자들이 배당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결산 배당에 대해서 JB금융은 주당 715원의 보통주 현금 배당을, 얼라인파트너스는 주당 900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각각 배당 성향은 27%와 33% 수준이다.

JB금융은 이에 대해 "매년 배당 성향을 3~4%p 내외로 확대해 일관된 시그널을 제시했으나, 주주제안은 예측 가능한 범위를 이탈해 일관성을 낮춘다"며 "주주제안을 통해 요구한 배당 및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제한은 자기자본이익률과 주당 순이익 감소로 이어져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얼라인파트너스에서는 주주제안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크게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CET1 지표를 보더라도 배당 성향이 27%인 경우엔 11.4%, 배당 성향이 33%일 경우는 11.3%로 DGB금융지주의 11.3%와 BNK금융지주의 11.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배당 성향을 올리면 자본 적정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포지셔닝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배당 성향을 33%까지 확대해도 다른 지방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JB금융이 과점주주 형태를 나타내는 만큼 표심에 따라 배당 정책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 금융권이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에도 여전한 경기 불확실성

다만, 금융지주들의 배당 잔치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들이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추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고, 이에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자본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 둔화 신호가 짙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도 줄어들고 있고, 은행들도 향후 여신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작년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신한금융은 올해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위기 상황에 대한 선제적 회복력 확보 등 철저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JB금융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반대한 이유도 자본 여력 확충과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을 대비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회사 밸류에이션을 상향하려는 부분에서 주주 환원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주주 가치를 올리는 것과 시장 상황에 대한 고민, 손실 충당 부분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앞으로의 주주환원은 지주사들의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배당의 경우는 작년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손실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 향후 경기 상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손실 흡수를 충분히 했다면 배당은 자유롭게 한다는 입장으로, 작년 실적에 대해서는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고 이에 따라 배당하는 것"이라면서도 "올해의 경기와 금융사의 상황은 실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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