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원화 흡수하면 FX 스와프포인트 왜곡 완화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한국은행이 발표한 8조 원 규모의 증권을 차입하는 방안을 두고 외화자금시장에 수혜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미국 은행 파산 사태와 맞물려 외환(FX) 스와프포인트 단기물 급락이 달러 자금 조달 불안을 자극하는 가운데 한은의 증권 차입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에 활용되면서 원화 잉여를 완화할지 주목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한은은 8조 원 규모의 증권 차입을 시행한다.

차입은 국고채를 대상으로 작년 9월 이후 6개월 만에 진행된다. 차입으로 빌린 국고채는 유동성 조절 수단 중의 하나인 증권매매 담보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매매는 주로 RP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데 한은은 이번 차입으로 RP용 증권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단기 자금시장에서 원화 흡수 여력을 확대한다.

통상 한은은 매주 목요일 7일물 RP 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증권 차입을 통해 한은이 향후 RP 매각의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되면서 외화자금시장에 미칠 파급력에도 관심이 향한다.

최근 스와프포인트는 초단기와 단기 구간을 중심으로 급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는 달러 유동성 우려를 자극했다.

전일 중장기물은 일제히 반등했지만, 만기 한 달 이하 스와프포인트는 낙폭을 확대했다. 1개월물은 0.10원 내린 마이너스(-) 3.00원을, 1주일물은 0.08원 하락한 -0.75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당국은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달러 조달이 어려워지는 것보다 원화 잉여와 에셋스와프 집중에 따른 변동성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장에서는 원화 잉여를 해소하는 방안을 포함해 적극적인 스와프포인트 하락에 대응할 필요성을 제기했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4일 8시 51분 송고한 '환율 안정 뒤 외화자금시장은 '악화일로'…"개입 필요 주장도" 기사 참조)

단기물에 시장 쏠림이 발생하면, 기간물 수급에도 영향을 미쳐 유동성 약화와 함께 가격 변동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이 단기로 달러를 차입해 '셀앤바이'를 하면 달러를 팔고 그 돈으로 원화를 수취한다. 이후엔 원화를 단기로 운용하게 되는데 RP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으면 이러한 수급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전일) 1년 스와프포인트가 미 금리 움직임을 따라 많이 반등했지만, 지금 불안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1주일과 1개월물이 계속 밀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화 잉여도 하락세에 일조하고 있다"며 "단기 스와프 베이시스 여건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원화 잉여 때문에 달러를 못 가져와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은이 증권 차입을 통해 원화 잉여 대응하면 달러 유동성과 왜곡된 스와프포인트 급락세를 완화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RP 금리는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전일 RP 금리는 3.37%를 기록하며 기준금리(3.50%)를 밑돌았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수적인 자금 운용과 함께 MMF(머니마켓펀드) 잔고가 불어난 영향이다.

이에 한은은 최근 세 차례 연속 RP 매각에서 29조 원으로 낙찰 규모를 한도에 가깝게 높여 대응하고 있다.

은행의 딜러는 "원화 잉여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차라리 원화를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물이 망가지면서 시장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며 "글로벌 이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대로 두고 볼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스와프포인트 추이(아래부터 1주일, 1개월, 6개월, 1년물)

 


ybno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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