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작년 10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롯데건설이 3조 원을 투입해 자사가 보증을 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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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남짓 기간 조 단위 자금을 마련해야 했던 탓에 롯데건설은 물론 롯데그룹까지 재무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악화한 단기금융시장의 영향으로 회사가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특수목적법인이 발행한 ABCP채권이 금융시장을 통한 연장이 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당기 중 2조9천226억원의 ABCP채권을 매입했다. 이러한 채권 매입 재원 확보를 위해 차입금이 증가하였으며, 당기말 현재 3조8천733억 원의 차입금이 존재하며 이는 전기말 대비 2조9천82억원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작년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GJC가 보증을 선 ABCP 2천50억 원이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단기자금시장을 덮쳤고 급기야는 시장이 마비 수준으로 얼어붙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롯데건설은 ABCP 차환발행이 막히자 유상증자 2천억 원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그룹 관계사 차입금 등으로 한 달 새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결국 작년 말 144%였던 롯데건설 부채비율은 작년 말 269%로 급증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초 메리츠금융을 통해 1조5천억 원의 ABCP를 매각해 지난 2월 기준 2조1천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등 유동성에 숨통을 틀 수 있었다.

또 금융기관 단기차입금 5천860억 원도 조기 상환하는 한편 2조8천552억 원의 ABCP가 올해 1분기 단기자금시장에서 매매거래되면서 현재 보유 중인 ABCP는 817억 원으로 줄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롯데건설은 물론 롯데그룹에도 상흔을 남겼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월 기준 롯데그룹 계열사가 롯데건설에 대해 1조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증자/대여, 지급보증/자금보충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신평은 롯데그룹에 대해 "그룹 전반의 실적이 저하된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의 대규모 신규투자,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련 투자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건설 부문도 부동산경기 침체 및 자금조달 환경 저하로 그룹 차원의 지원부담이 재차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과거 대비 확대된 그룹의 재무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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