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Q.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기소?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를 이끄는 조현범 회장이 지난주에 기소됐습니다. 조 회장은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입니다. 지난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 씨와 결혼해 이 전 대통령의 사위가 됐습니다.

검찰 기소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면서 지난달 9일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조 회장은 구속된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얼마 전 기소된 것입니다.

첫 공판준비 기일은 이번 달 21일로 잡혔습니다. 공판준비는 범죄 혐의에 대해 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를 계획하는 단계입니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는 없습니다.


[앵커]
Q. 조 회장 어떤 혐의 받고 있나?
[기자]
크게는 공정거래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모든 혐의의 중심엔 한국프리시전웍스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한국타이어가 약 50%, 조 회장이 약 30%의 지분을 가진 한국타이어 계열사입니다.

한국타이어는 2014년에서 2017년 사이에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수백억원어치 타이어 몰드를 사들였습니다. 이때 조 회장이 다른 제조사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재료를 구매하게끔 해서 한국프리시전웍스를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가 입은 손해는 약 13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에 몰아준 이익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도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Q. 조 회장이 받는 다른 혐의는?
[기자]
조 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회삿돈 75억5천여만원을 횡령하고 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조 회장은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의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별다른 담보 없이 한국프리시전웍스 자금 중 5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 회장은 리한의 경영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도 전해집니다.

이외에도 조 회장은 2억6천만원을 들여 개인 주거지에서 가구를 샀는데, 그 비용을 한국타이어 신사옥을 지을 때 들어가는 가구 대금에 합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개인 주거지의 이사 비용 1천200만원을 해외에 파견된 직원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법인카드를 가족 해외여행에 쓰고, 개인 채무를 진 지인에게 법인카드 4장을 줘서 쓰게 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한국타이어와 계열사 명의로 고급 외제차 5대를 사거나 빌려서 사적으로 이용하고 법인 소속 운전기사를 배우자 전속 수행 기사로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횡령·배임액을 모두 더하면 200억원이 훌쩍 넘는 셈입니다.

또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조 회장이 우암건설과의 부당 거래를 통해 뒷돈을 챙긴 정황도 검찰이 추가로 포착해 강제 수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Q. 총수 일가인데 굳이 회삿돈에 손대야 했나?
[기자]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돈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조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약 3천600억원이 넘는 채무를 지게 됐습니다. 대출 원리금과 증여세 분할 상환 등에 매년 약 400억원 넘게 들어가자 회삿돈을 유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입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한국타이어가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다수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타이어 부장 박모 씨를 증거은닉교사 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앵커]
Q. 조 회장 과거에도 처벌받은 전례?
[기자]
앞서 조 회장은 2019년에도 하청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적이 있습니다. 조 대표는 하청업체에서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모두 6억여원을 챙기고 이와 별개로 계열사 자금 2억여원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2019년 12월 구속기소됐습니다. 이후 재판부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불구속 재판을 받았고 이듬해인 2020년에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조 회장은 재판 중에 대표직을 내려놨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지분 모두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 다시 한번 구설에 올랐습니다.


[앵커]
Q. 한국타이어 경영권 공백 우려?
[기자]
조 회장은 그동안 한국타이어를 이끌면서 각종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왔습니다. 한국타이어가 2021년 말에 한국앤컴퍼니와 함께 캐나다의 한 초소형 정밀기계 업체를 2천45억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조 회장이 인수를 주도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또 작년 5월에 충남 태안에 '한국테크노링'을 오픈했습니다. 축구장 약 125개 크기의 아시아 최대 규모 테스트 트랙인데 총투자 금액이 2천억원을 넘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앞으로 2026년 상반기까지 총 2조1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 공장도 증설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미 계획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새로운 투자를 하는 데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기차용 타이어와 같은 신성장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총수의 결정이 필요한데 오너 부재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어서입니다.


[앵커]
Q. 한국타이어 주가에도 악영향?
[기자]
한국타이어 주가는 연초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3월 들어서면서부터 주가가 반락했는데 3월 2일부터 24일까지 무려 17%나 넘게 내렸습니다. 이후 소폭 기술적 반등을 시도했지만 가격 상단이 제한되면서 주가가 박스권에 머문 상태입니다.

검찰이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3월 초입니다. 아무래도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Q. 조 회장 구속기소 둘러싼 업계 안팎 반응?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조 회장을 비롯한 한국타이어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한국타이어는 2019년 조 회장이 구속됐을 때 정도경영 체제를 선포했지만 이번에도 총수 일가에 대한 내부 감시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등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앵커]
Q.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주총회 결과는?
[기자]
경영진에 대한 사퇴 요구가 무색하게도 한국타이어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상향했습니다. 한국타이어가 이사 보수 한도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주주총회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를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린 바 있습니다. 조 회장을 포함한 사내·외 이사 7명이 작년에 받아 간 보수 총액은 한도에 가까운 49억원이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회장이 비리로 구속돼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사 보수를 늘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임원 인센티브 제도 개선 차원으로 그간 나눠서 지급되던 인센티브를 통합해 매년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이민재 기자)

mjlee@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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