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Q. 최근 크레디트채권시장 분위기는?
[기자]
크레디트채권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금리가 하락한 만큼 가격이 상승하고 강세를 보인다는 뜻입니다. 크레디트채권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종의 신용등급이 부여된 채권입니다. 공사채와 은행채, 여전채, 회사채 등 크레디트채권 전반의 금리가 내렸습니다. 금리뿐 아니라 신용스프레드도 줄었습니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 금리와 크레디트채권 금리 간 차이입니다. 크레디트채권은 신용 위험도가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국고채보다는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습니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지면, 다시 말해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크레디트채권의 상대적 위험도가 높아진 것이고, 반대로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크레디트채권의 상대적 위험도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신용스프레드가 축소한 것도 크레디트채권 금리가 내리면서 국고채 금리와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Q. 기업 자금조달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나?
[기자]
자금 집행이 재개되는 연초에 일반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연초효과가 무색할 만큼 올해 들어 3월까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리스크가 다소 있었습니다. 수요예측은 기업들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 중 하나로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합니다.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됐다는 것은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투자금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4월 들어서면서부터 회사채 시장에서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수요예측에 점차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어서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신용등급 평가가 신용평가사별로 엇갈리는 등급 스플릿 상황에서도 모집액의 6배에 달하는 투자 수요를 확보했습니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계열사들은 나란히 수요예측에서 각각 1조원이 넘는 주문을 확보해 회사채 '빅 이슈어'의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우량 등급인 AA등급군뿐만 아니라 신용도 'A+' 등급인 ㈜한화와 E1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비우량에 속하는 'BBB+' 등급인 대한항공도 회사채에 대규모 투자 수요가 유입됐습니다. 대한항공의 등급 전망이 상향돼 신용등급이 A등급군으로 올라설 기대감이 커진 점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외에도 주주대표 소송과 관련해 경영권 이슈가 불거진 현대엘리베이터도 수요예측을 앞두고 불안 요소가 부각됐지만 무난히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앵커]
Q. 기업별 회사채 인기 차이 있나?
[기자]
전반적인 수요예측이 흥행하고 있지만 대기업 계열 여부와 실적, 업종 등에 따라 회사채별 온도 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모습입니다. 현대케피코의 경우 이번 주 초 수요예측에 나섰는데 모집금의 11배나 넘는 돈이 몰렸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후광에 힘입어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됩니다.

다만 GS그룹에 속하는 GS엔텍은 모회사인 GS글로벌의 지급 보증으로 신용등급 'A'를 받았음에도 크게 미매각됐습니다. 수년째 적자가 누적된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같은 날 수요예측에 나선 콘텐트리중앙도 1년물의 경우 목표금액을 모두 채우지 못했습니다. A등급군 이하 기업의 실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에 크게 영향을 주는 모습입니다.

건설업계 등 특정 업계에서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미매각을 내면서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달 시멘트 제조 기업인 쌍용씨앤이가 1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들어온 수요는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같은 날 E1이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것과 대비됩니다. 지난달 수요예측에 나선 신세계건설도 800억원 모집에 100억원밖에 수요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 등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Q. 공사채 시장도 강세 분위기 감지?
[기자]
공사채 발행시장도 모처럼 온기를 되찾은 모습입니다. 'AAA'급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이어 'AA+'급인 인천도시공사, 대구교통공사 등도 채권 발행을 위해 실시한 입찰에서 풍부한 수요를 확인하면서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공사채도 만기와 종목별로 차별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입니다. 연초부터 빠르게 가산금리가 하락한 3~5년 이하 채권을 중심으로 금리 이점이 줄면서 중·장기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장기물의 경우 그동안 발행량이 적어 가산금리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Q. 은행채 금리도 따라 내렸나?
[기자]
시중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금리가 벌써 기준금리에 근접한 수준까지 내렸습니다. 얼마 전 우리은행이 발행한 1년물 채권 발행금리가 3.500%였는데 현재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입니다. 신한은행 1년6개월물과 하나은행 2년물도 발행 금리가 각각 3.580%와 3.610%로 기준금리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공기업 등이 발행하는 단기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발행 금리도 이미 기준금리를 하회한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크레디트채권은 기준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초단기 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돈 영향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양도성예금증서인 CD 금리 또한 추가 하락할지 등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단기 은행채나 CD 금리 등에 연동되는 신용대출 금리도 따라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Q. 단기채 강세 보이는 이유는?
[기자]
채권시장에 만들어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입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일부 해외 기관은 더 파격적인 전망까지 내놨습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이르면 올해 8월부터 25bp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올해 말까지 누적으로 총 75bp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반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은행이 어쩔 수 없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JP모건과 BNP파리바 등 다른 외국계 증권사는 연말까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등 시각 차이가 존재합니다.


[앵커]
Q.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관련 한국은행 측 입장은?
[기자]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와 이후에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 등에서 채권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는 또 경기 악화에 베팅하는 시장에 대해 '누가 맞는지 사후적으로 판단하자'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Q. 당국과 시장 생각 엇갈릴 때 문제는 없나?
[기자]
실제 금리 인하가 없을 경우에 역 캐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됩니다. 투자자가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조달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에 채권을 사두면 사실상 더 비싼 가격에 채권을 사놓는 것입니다. 이 경우 금리가 예상과 달리 내려가지 않으면 손해가 불가피합니다. 다만 기관별로 역 캐리에 느끼는 부담은 차이가 있습니다. 자체 신용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은행들은 다소 여유롭다는 평가입니다. 이와 달리 증권사의 경우는 은행보다 불리한 입장입니다. 자금 조달 금리도 더 높고 연내에 수익을 달성해야 하는 실적 압박도 강해서입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에 예상되는 역 캐리 손실을 그대로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역캐리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로 한전채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전채는 신용도가 좋은데 금리까지 높아져 투자 매력도가 커졌습니다. 한전채는 최근 발행도 다시 늘었는데 크레디트채권 '블랙홀'이라는 별명답게 투자 수요 쏠림현상 문제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이민재 기자)

mjlee@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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