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총재에 대한 평가도 많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초기 채권시장은 이 총재의 선명한 소통 방식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완벽한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2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이후 구체적이고 명확한 발언으로 시장과의 소통에 나선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본인의 의견을 확실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발언의 강도를 높인 적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발언이 곡해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 본부장은 "시장에 총재의 의사를 확실히 전달하는 것은 좋다"며 "다만 강한 발언이 총재 본인의 의견인지, 아니면 금융통화위원 모두의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초반의 선명한 발언은 시간이 지나면서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일례로 이 총재는 작년 7월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이 '예외적'이라고 했는데, 한은 금통위는 3개월 뒤인 10월에 가서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했다.

올해 1월에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뒤 며칠 만에 달라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금통위 다음 주간에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이미 금리가 높은 수준', '(최종 기준금리) 3.75%를 생각했던 사람들은 예상을 조정했을 것'이라는 언급을 내놓은 것이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인 총재의 태도에 당시 시장금리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C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발언이 상세한 점은 좋지만 가이던스로 주는 중요한 한마디가 되려 헛갈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를 수습하면서 매번 회견 때마다 스탠스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통화정책 전망에는 조건이 있고, 조건의 변화에 따라 정책은 달라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대체로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4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가 만기 90일가량의 단기채권에 반영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실제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단기 금리의 하락에는 시장의 기대보다 수급이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D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은이 단기 시장의 자금을 줄이면 해결될 현상인데 시장탓을 했다"며 "전달하고 싶은 바가 명확해야 시장도 해석하고 반응을 할 텐데 이번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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