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외환시장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명확한 발언으로 금융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다만 외환시장이 급박할 때도 환율과 관련해서는 원론적 발언을 내놓아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21일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창용 총재의 선명한 발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전례없는 금리 인상기에 투명한 소통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나왔다.

외환시장에서 당국 경계감이 고조돼 있을 때도 환율에 대해서는 원론적 발언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A 시장참가자는 "시장에서 당국의 미세 조정 경계감이 있는 상황에서도 환율 레벨을 타겟하지 않는다는 등의 원론적 발언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원화의 달러 대비 절하 폭이 다른 통화들과 비교해 크지 않다면서 원화가 향후 더 절하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외환당국이 달러-원 상승을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 시장에서는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이후 외환시장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환율에 대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하며 엇박자 논란은 지속됐다.

올해 2월에도 외환당국이 가파른 원화 절하를 막기 위해 다섯 달 만에 공식 구두 개입을 내놓은 직후에도 "지금은 소폭 조정과 같은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하며 혼선을 빚었고 이달에도 환율 레벨을 타겟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 당국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출회했다.

B 시장참가자도 "금리 관련 직설적인 발언은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긍정적"이었다고 하면서도 "환율 얘기만 나오면 원론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총재의 직설적인 발언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당 발언이 바뀌었을 때 시장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C 시장참가자는 "중앙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면서 "명확한 발언이 장점도 있지만 바뀌었을 때는 그만큼 변동성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상투' 발언 등 가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부임 초기에는 중앙은행 총재보다는 탁월한 이코노미스트를 보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해 점진적 금리 인상이 기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10월 빅 스텝을 단행하며 비판받았다. 이 총재는 추후 상황이 바뀌면 통화정책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고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 약속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였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원이 1,400원대 중반까지 급등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과 더불어 수급 안정화 조치도 병행했다.

D 시장참가자는 "지난해 하반기 외환당국의 조치는 매우 효율적이었다"라며 "적시에 시장 심리까지 고려한 듯했다. 시장 안정화 조치가 매우 노련해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 직접 개입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의 스와프를 비롯한 수급 안정책을 실시하는 등 대책도 종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B 시장참가자도 "과거 시장을 존중하지 않는 막무가내 개입이 아닌 시장 심리를 고려하며 효율적인 시기에만 개입이 나오는 듯하다"면서 "합리적"이라고 높은 점수를 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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