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운오리 취급받았던 원자력 에너지가 지금은 백조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고요.
[기자]
원자력 발전하면 유출사고, 핵폐기물 등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원전의 지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 전환 때문인데요. 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규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핵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탄소 배출이 제로에 가깝고요. 탄소 배출 측면에서는 이만한 에너지원이 또 없죠.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기후 영향도 덜 받아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핵심 주범으로 온실가스가 지적되는데, 많은 나라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의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 중립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유럽연합(EU)과 일본, 미국은 2050년에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설정했고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도 이천육십년까지 탄소중립 이른바 '깡탄'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앵커]
친환경 때문에 약간 아이러니하지만 원자력이 다시 인식이 바뀌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얘기인데,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요.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신냉전 구도가 유럽의 원자력 발전 확대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유럽은 LNG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중간 단계로 보고 LNG발전을 적극적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LNG를 무기화하면서 LNG가격이 폭등했고요. 이에 경제 안보와 대체 에너지 차원에서 원자력이 재조명 받게 됐습니다. 유럽은 원자력 발전 투자를 지속 가능한 녹색 분류체계. 택소노미에 포함했어요. 택소노미는 경제 활동이 친환경적이고 탄소 중립에 이바지하는지 규정한 것으로, 일종의 녹색 금융 투자 기준입니다. 한마디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발전으로 포함한 것입니다. EU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전력 수요를 원전으로 충족시키려면, 2030년까지 기존의 원전에만 약 68조원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유럽에서 대규모 원전 사업 큰 장이 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도 보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수단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주목하는 듯합니다.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요.
[기자]
프랑스의 경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2035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6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는 원전 1기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폐쇄하려고 했는데요. 전쟁이 터진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25%로 늘려 정책 기조 전체를 바꿔버렸습니다. 2050년까지 최대 8기를 더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핀란드는 자국의 전력 수요의 14%를 공급할 수 있는 유럽 최대 단일 원자로 가동을 시작했고요. 반면 독일은 마지막 남은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탈원전에 나섰습니다. 독일은 안전성과 환경 문제를 고려해 탈원전을 선택했고요. 태양열과 풍력 발전 의존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유럽 내에서 아직 원전에 대해 논란이 있기는 하나, 과거와 비교해 원전에 대한 스탠스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 변화는 확실히 이뤄진 듯합니다.


[앵커]
유럽은 원전 드라이브를 거는 것 같은데요. 미국도 원자력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요.
[기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원전이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발전원이라고 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5년까지 100% 청정에너지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를 위해 원전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죠. 미국 정부는 노후화된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늘리거나 이미 폐쇄된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개발 민간 기업에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고요.
후쿠시마 폭발 사고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는 일본도 원전 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은 탈탄소 사회 진입 지연과 전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고 있고요. 현재 최장 60년인 원전의 운전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운전 중단 상태인 원전의 재가동뿐만 아니라 발전소 신·증설도 추진 중입니다.


[앵커]
글로벌 각국이 다시 원전에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기자]
원자력 발전은 이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안보 강화 측면에서 원전을 에너지 정책의 핵심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서 원전을 복원하겠다는 상징적인 행동에 나섰습니다. 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하며 건설을 전격 중단한 곳으로, 공사 재개는 탈원전 정책에서 친원전 정책의 본격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원전 명가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을 했는데요. 그 규모가 약 2조9천억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 포트폴리오 계획에서 원전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도 내놓았습니다. 2030년에는 원전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2.4%를 차지하게 되는데요. 우리나라의 어떤 에너지원보다도 높은 비중입니다. 2036년에는 원전 발전량 비중이 34.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를 위해서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 신규 건설과 함께, 기존 원전의 계속 운영에 나섭니다. 운영 허가가 만료된 고리2호기 원전도 계속 운전이 진행될 예정이고요. 한빛 6호기와 한울5호기, 신월성 1호기의 재가동도 허용돼 원전이 우리나라 에너지 발전의 주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완전하게 친원전 쪽으로 돌아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전 수출도 기대가 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동안에는 우리나라의 탈원전 기조로 인해서 원전 업계가 위축됐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왔었습니다. 제가 지난해 원전 관련 업체를 취재할 때만 해도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도 좋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우수한 우리 원전 기술이 사장되는 것 아니냐 이런 원망 섞인 이야기들이 시장에서 나왔거든요.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서 탈원전 정책이 폐기됐을 때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방산과 함께, 원전도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어갈 새 먹거리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체코와 폴란드 등 해외에서 원전 세일즈도 본격화하고 있고요.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원전 수주를 위한 민간의 '팀코리아'도 해외 수주전에 동참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네요. 해외 원전 프로젝트 현황과 수출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폴란드에서 이번주 경주에서 열린 원자력산업 국제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지분투자 비중을 높이기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폴란드전력공사는 한수원과 협력해,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240km 떨어진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가압경수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협력의향서. LOI를 체결했고요. 당시 원전 1기당 건설비를 5조∼7조원대로 추산할 경우 전체 수주액은 최소 10조원 이상, 최대치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체코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사업도 한국수력원자력이 뛰어들었는데요. 미국 원전회사인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소송 문제로 인해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에 딴지를 걸기는 했지만, 수주를 위해 정부가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국빈으로 방문하면서 미국과의 원전 MOU도 체결했고요. 미국과의 원전 동맹을 강화할지 주목됩니다.


[앵커]
기존에 알려진 폴란드와 체코 이외에도 다른 국가에서도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요?
[기자]
원전 종주국인 영국도 수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영국도 적극적으로 원전을 늘리려고 하는 추셉니다. 우리나라 한전과 영국원자력청이 이달 신규원전 사업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요. 한전은 영국 원전 사업을 위해 영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전방위 수주 활동에 나설 계획입니다. 한전은 앞서 튀르키예 정부에도 현지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한 예비 제안서를 제출하며 제2원전 수주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전과 튀르키예 정부는 튀르키예 북부 지역에 1400메가와트 규모의 차세대 한국형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사업 규모는 2009년 수주에 성공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액인 20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회의 땅 아랍에미리트도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고요.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지역 국가의 원전 수주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내 원자력 발전 사업은 국내와 해외까지 합하면 20조원 가까운 수주가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나라 원전이 해외 시장에서 만개할지 지켜봐야겠네요. 그런데 우리 원전 기술 중 소형모듈원자로(SMR)도 경쟁력이 높다고요?
[기자]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 SMR도 우리나라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300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의미하는데요. SMR은 대형 원전 100분의 1 이하 규모여서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배관 설비가 필요 없어 지진 등 자연재해 시에도 방사성 물질 누출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원전보다 안정성과 활용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SMR은 2030년부터 본격적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 시장 규모는 최대 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내에서 SMR 투자와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체 보유한 원전 건설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하기도 했고요.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주 뉴스케일파워와 우리나라 수출입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었고요. 적극적인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SMR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SK와 한국조선해양도 빌게이츠의 SMR 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하는 등 국내 기업들도 SMR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SK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에, 한수원과 함께 테라파워와 SMR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현대건설이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SMR을 수출한다는 낭보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구성한 '팀 홀텍'이 우크라이나 원자력 공사와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SMR 건설 협력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최근에는 캐나다 앨버타주 정부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SMR인 스마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SMR 분야도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kphong@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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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5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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