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인수합병(M&A) 시장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롯데손해보험이 올해 들어 2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상환했다. 오는 6월 금융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발 빠르게 건전성과 수익성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채권시장에선 롯데손보의 RP 활용 전략이 시기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치솟은 금리 탓에 보험사들은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롯데손보는 채권 매각 없이도 조(兆) 단위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일 투자은행(IB)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RP 잔액은 현재 9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2조7천억 원 수준의 RP 차입을 시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1조8천억 원을 상환한 셈이다.

지난해 주요 보험사들은 마이너스 통장 성격의 단기차입금 한도를 대폭 증액했다. 삼성생명, 신한라이프는 물론 대다수 보험사가 연말 도래하는 퇴직연금 만기를 앞두고 크레디트 라인을 확보하는 데 여념 없었다. 경직된 채권시장 탓에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선제로 준비하기 위해서다.

롯데손보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3조3천억 원까지 단기차입 한도를 증액했던 롯데손보는 이후 2조7천억 원까지 RP를 차입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당국은 10%로 제한됐던 퇴직연금 특별계정의 차입한도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RP 매도를 통한 차입을 무제한 허용했다. 해당 조치는 오는 6월 만료된다.

이는 당시 채권 매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통상 퇴직연금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엔, 적립금에 매칭된 채권 등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유동성 확보 경쟁이 금융권을 휩쓴 탓에 시장금리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고, 이에 시장이 경색돼 채권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우 연말 퇴직연금 관련 이슈가 있는 데다,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통해 건전하지 않은 영업 관행이 성행할 때라 필요한 조치였다"며 "그 덕에 보험사의 금리 수준이나 채권 시장 상황도 안정됐다.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서 최근에는 RP 대신 채권 매각 이익을 실현하려는 수요도 느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롯데손보는 조 단위 RP 차입 후 올해 들어 이를 3분의 2 이상 줄였다.

이는 금융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 이전 적용되던 보험업법 시행령의 '특별계정 차입한도' 10%에 근접한 규모다. 일부 다른 중소형 보험사들이 시장안정화 조치 추가 연장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행보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를 향한 우려와 달리 롯데손보는 RP를 통해 차입한 자금을 빠르게 상환하고 있다"며 "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가 끝나는 6월 말 이전에 무리 없이 기존 차입한도 규제 내 범위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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