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회계이익 과대계상 없어야" 집중관리 당부
금감원 11일 오후 보험사 CFO 회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새 이익지표로 부상한 보험계약마진(CSM)을 집중 점검하고 나섰다.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과 맞물려 보험사의 CSM 산정 방식이 중구난방인데다, 그 측정치도 과도하다는 업계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주 CSM 산출과 관련해 보험사 4곳에 대한 수시 검사에 착수한다. 검사 대상은 DB손해보험[005830]과 현대해상[001450], DB생명보험, KB라이프생명 등이다.

특히 이번 검사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지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원장이 최근 보험사 CSM 관련 논란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안다"며 "평소 공정에 대한 언급이 잦다 보니 공통된 기준 없는 CSM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게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미 보험사 CSM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던 금감원은 현재 CSM 산출 과정 점검에 나선 상태다. 금감원은 현재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CSM 관련 계리적 가정과 지표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오는 11일 오후 주요 보험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소집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이번 검사는 최근 IFRS17 체제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보험사의 CSM과 관련한 논란이 회자한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간 업계에선 보험사마다 조(兆) 단위 CSM을 산출하며 올해 회계상 이익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지표의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산출 과정에 적용되는 소급 기간과 계리적 가정이 보험사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보험계약의 원가와 실제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인식했던 과거 회계제도와 달리 IFRS17은 보험계약으로부터 미래의 현금 흐름을 예측해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서로 다른 계리적, 경제적 가정을 적용한다. 위험률, 손해율 등의 변수를 소수점 어디까지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CSM 추정치는 천차만별이다.

이번 검사 대상에 오른 보험사들은 그간 IFRS17 체제 아래서 CSM 증가 폭이 유난히 큰 곳으로 언급됐던 곳들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식 공개된 CSM을 보면, 검사 대상인 DB손해보험(11조2천억 원)의 CSM 규모는 생·손보 업계 1위인 삼성생명(11조 원)을 넘어서는 등 과하게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이 쓰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현대해상의 CSM 규모는 8조9천억 원으로, 기존 회계제도에서 5천600억 원 수준이던 당기 순이익이 IFRS17 도입 시 1조2천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에 업계에선 특정 보험사가 현금흐름 모델의 가정을 유리하게 설정, 부채평가액을 축소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계리적 가정, 경제적 가정, 사업비 가정, 충격 시나리오 등 다양한 항목에 걸쳐 보험사가 당기순이익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정들을 취사 선택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CSM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일부 보험사의 현장검사는 더 들여다봐야겠지만 제대로 된 산출을 위해 CSM 관련 전반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CSM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서면서 보험사들은 당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 재무담당 임원은 "워낙 각 사별 가정과 시나리오에 차이가 크다 보니 객관적인 비교 수치를 갖기 어려웠던 게 사실" 이라며 "다만 계리적 가정과 예실차 등은 보험사가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되는 문제다. 과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이 또한 다른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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