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예나 기자 = 최근 몇 년간 축적된 부채로 기업들이 향후 주주 배당과 투자 계획에 큰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팬데믹 이전 몇 년간 미국과 유럽 증시 주요 지수에 편입된 비금융 기업들은 계속해서 영업으로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주주 배당과 자본 투자에 쏟아부었는데 그간 그 격차는 부채로 메워졌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현재 부채 수준으로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이들 기업의 총수익의 약 4%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하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계속 낮아지는 걸 피하려면 이들이 곧 부채 상환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줄이며 투자자의 수익률을 압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는 특히 주주 자본주의의 정신적 중심지(spiritual heartland)인 미국에서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매체는 미국 증시의 실적 대비 주가가 높은 편인데 이는 미국 증시의 배당률이 영업현금흐름의 63%로 41%인 유럽 등 다른 시장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매체는 많은 기업이 주주 배당뿐 아니라 투자도 축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탈탄소화부터 자동화,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야망에 찬 비용이 많이 드는 향후 10년간의 해야 할 일 목록(to do list)은 왕년의 사치로 좌절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과잉 생산에 시달리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지출 계획을 줄였고,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거대 미디어 기업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테마파크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2000년 이후로 미국과 유럽권 비금융 기업 부채는 12조7천억달러에서 38조1천억달러로 증가하며 총 GDP의 68%에서 90%로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수십년간 저금리 기조에 비금융 기업들이 쌓아 올린 막대한 부채는 당연하게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그간 기업들의 부채 문제는 특히 투기 등급 부채를 가진 기업들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투자 등급 부채는 전체의 6분의 5가 고정금리인 데 반해 투기 등급 부채는 절반 미만이 고정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투기 등급 변동금리 대출의 평균 표면금리가 이미 일 년 전의 4.8%에서 8.4%로 치솟았다고 추정했다.

다만 매체는 "좋은 소식은 기업들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수익을 내고 있고 주로 고정금리부채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업 부채로 인한 서방 경제 대재앙의 가능성은 아직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유럽의 비금융 기업 부채의 75%는 고정금리부채다.

매체는 미국과 유럽에서 투기 등급 부채의 채무불이행률은 3%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팬데믹 기간 급증했던 기업들의 투기 등급으로의 강등도 그 이후로 대부분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yn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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