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English
정의선 "정주영·정세영·정몽구 회장님, 우리 모두 이뤄낸 성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역사 속에 사라졌던 포니 쿠페가 49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현대자동차는 1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주요 전현직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현대 리유니온은 현대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향한 비전과 방향성을 소개하는 헤리티지 브랜드 플랫폼이다.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며 "정주영 선대회장, 정세영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역사가 이제 50년 거의 된 만큼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내부적으로 많이 했고 그렇게 해야 방향성도 잡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 양산과 관련해 정 회장은 "많은 고객이 좋아하면 양산 못 할 건 없다"며 "지금 나오는 차들 중에 판매가 잘 되고 고객들이 인상 깊게 보는 차가 있으면 포니처럼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작년 11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 착수
현대차는 이날 행사에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작업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아들인 파브리지오 주지아로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행사 현장에 조르제토 주지아로,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 등을 비롯해 포니 콘셉트 개발 당시 크게 기여한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이 함께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동화 전환 시대에 과거로부터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살피는 것은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도 현대 리유니온을 비롯한 다양한 헤리티지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현대차의 다양한 과거 유산이 미래의 혁신과 융합될 때 유서 깊은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와 함께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으로 공개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선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출 전략 차종으로 실제로 양산 직전까지 개발이 진행됐지만, 1979년 석유파동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및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해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도면과 차량이 유실되며 한동안 역사 속으로 사라졌었다.
그러나, 포니와 포니 쿠페는 현대차 브랜드만의 고유함이 담긴 물리적 유산으로, 지금까지도 여러 방면에서 창의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공개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현대차는 이날 현장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과 함께 N 비전 74를 전시했다.
현대차는 과거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N 비전 74를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클래식카·콘셉트카 전시회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에 최초로 출품할 예정이다.
◇ 포니, 한국 첫 국산차
현대차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원동력이 된 대한민국 첫 국산차 포니는 1975년 시장에 출시됐다.
현대차 설립 후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생산이 100% 국산화 돼야 한다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포니가 탄생했다.
현대차가 고유 모델 개발 결심 후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디자인이었지만, 초창기 단계인 국내 자동차 산업에 신차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인력은 전무했다.
이에 현대차는 이탈리아에 디자인 용역을 받는 회사를 수소문해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세운 이탈 디자인을 선택했다.
주지아로는 다른 업체보다 두 배나 더 비싼 120만달러를 설계 용역 비용으로 요구했다.
이는 차관을 얻어 자동차 공장을 지어야 했던 당시 현대차에 부담이 큰 비용이었지만, 주지아로가 협업에 열정적이며 더 풍부한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젊은 디자이너의 가능성을 선택했다.
주지아로는 당대 최신 스타일을 적용하여 감각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소형차를 선보였다.
모델 디자인이 확정된 1974년 2월 말, 설계 업무에 본격 착수하게 되고 3월 15일부터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그해 10월 30일 토리노 모터쇼에 출품하게 된다. 포니 프로젝트는 초기 디자인 스케치부터 프로토타입 제작 완료까지 약 1년밖에 들지 않았다.
현대차는 우여곡절 끝에 포니 개발에 성공했고, 울산에 완성차 공장을 준공해 1975년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포니가 출시된 1976년 당시, 국내 승용차 판매 대수는 총 2만4천618대였는데 포니 단일 모델이 그해 1만726대 팔려 4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후 포니2가 출시된 1982년에는 포니1과 합산해 국내 승용차 판매 점유율의 67%를 기록하는 등 1985년까지 약 10년간 대한민국 1위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포니는 1976년 2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현대건설에 포니 15대를 시험 수출했다.
이듬해에 7천427대를 30개국에 수출했고, 1978년에는 1만8천317대를 40개국에 수출했다. 수출 지역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으로 지속 확대됐다. 이후 1982년 7월 포니는 단일 차종으로는 국내 최초로 누적 생산 30만대를 돌파했는데 당시 수출 대상국은 약 60개국에 달했다.
yglee2@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