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삼성화재·KB손보 등 RFP 발송…계리법인 물밑경쟁 치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맞물려 책임준비금 외부검증을 위한 계리법인을 선정하는데 분주해졌다.

특히 IFRS17 도입 첫해인 올해 책임준비금 외부검증에만 연간 물리적으로만 수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 "자산 20조 이상 보험사, 올해 외부검증에 4천600시간 써야"

2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보험계리사회 등은 최근 IFRS17 외부검증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의 하나로 책임준비금 외부검증 표준검증시간 초안을 마련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미래의 보험금지급 청구, 해약금 등 계약상 책임 이행을 위해 회사 내부에 적립하는 일종의 충당금을 뜻한다.

책임준비금 외부검증제도는 지난 2021년 6월 보험업법 개정으로 마련됐다. 보험사 자체적으로 내부의 선임 계리사가 검증하는 것과 별도로 보험개발원을 포함해 독립된 외부 계리법인이 책임준비금 적립의 적정성을 검증하도록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무엇보다 책임준비금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도입으로 책임준비금 산출은 더 복잡해졌다. 보험사가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현재 시점의 가정과 위험을 반영한 기초율과 시장 금리를 고려한 할인율을 활용해 보험부채를 측정해야 해서다.

이에 연초 이후 금융감독원은 책임준비금의 외부 검증이 충실히 수행될 수 있도록 계리법인과 회계법인, 보험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나온 표준검증시간 가이드라인은 TF의 첫 결과물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사가 주 5일, 1일 8시간, 5명의 계리 인력을 투입한다는 가정하에 연간 표준검증 시간(계속)은 17주, 3천400시간으로 설정됐다.

이중 자산규모 20조 이상 보험사 18개 사(생보사 12개·손보사 6개)의 경우, IFRS17 기준 책임준비금에 대한 첫 검증이 이뤄지는 올해에는 연간 4천600시간의 표준검증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회사의 주력 상품 구성이 다른 만큼 적정검증시간은 표준검증시간의 최소 70% 수준인 3천200시간으로 권고됐다.

계리법인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시기적인 특수성이 반영돼 표준검증시간이 상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수사의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되고 제도가 안착하면 보험사에 따라 물리적인 투입 시간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사, 계리법인 찾기 분주…"계리업계 먹을거리 vs 실적착시 예방에 필수적"

IFRS17 도입과 맞물려 보험사 경영 실적의 변수로 주목돼온 책임준비금 산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서 보험사들도 바빠졌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자산규모 기준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 일찌감치 계리법인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계리법인에 제안요청서(RFP)를 보내는 곳들이 늘고 있다.

서울·써미트·더맵·우리 등 대형 계리법인들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중소형 계리법인은 물론 계리컨설팅 업체들도 컨소시엄을 꾸려 RFP 수주에 나섰다.

표준검증시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자 금감원은 현재 각 보험사에 책임준비금 외부검증시간 설정 현황과 계리법인 선정 및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상태다. 보험사의 현금흐름 산출 과정이 사전에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가 분주해지면서 일각에선 책임준비금 외부검증제도가 자칫 기업의 표준감사시간제도의 맹점을 따라가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계리법인들의 배만 불린다는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형 보험사도 연간 1천 시간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찮다"며 "표준감사시간제도가 중소기업으로 확대 적용될 때도 문제가 많았다. 계리법인들도 오래된 곳들이 많은데 얼마나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새 회계제도 도입에 맞춰 과도기에 필요한 절차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이번 RFP에 책임준비금을 비롯해 킥스(KICS) 적용에 필요한 현금흐름 자본 요구액 등의 산출 점검도 함께 포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새 회계제도(IFRS17·IFRS9) 도입으로 인한 착시 효과가 컸던 상황에선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서비스마진(CSM), 예실차 등 현재 논란이 되는 회계 항목들의 추산을 위해서는 정확한 현금흐름에 대한 검증이 필요성도 커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표준검증시간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으로 의무사항이 아니다. 추후 업계 목소리를 담아 지속해서 보완될 것"이라며 "책임준비금은 보험산업의 신뢰와 직결돼있다. 외부검증의 실효성은 새 회계제도 안착과 맞물려 꾸준히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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