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김정현 기자 = 서울채권시장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를 접하고, 시장금리 박스권을 다시 설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물가상승률 둔화 수준에 다시 주목하며 시장금리 역전을 풀 상황인지 가늠하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새로운 면모를 봤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차단하고자 '버럭'하는 분위기를 풍겨, 합리적·학자적이라는 캐릭터에 강한 당국자의 자세까지 더해졌다고 분석됐다.

25일 연합인포맥스 장내 국채 현재가(화면번호 4302)에 따르면 오후 1시 40분 기준 3년물을 포함해 모든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인 3.5%를 넘어섰다. 이대로 최종호가까지 금리가 낮아지지 않으면 국고 3년물 금리는 지난 3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보다 위쪽으로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실에서 나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발언으로 서울채권시장이 혼란한 사이, 이창용 한은 총재가 매파적 스탠스로 쐐기를 박았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전한다. 특히 시장의 인하 기대 논리를 반박해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른바 '버럭' 이창용 총재다.

A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지난번에는 인하 기대에 대해 5번이나 '과도'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번에는 1.4% 성장률이 비관적인 전망이라는 점에 과도하다고 말했다"며 "성장률 우려에 레드라인(일종의 기준선)이 있기보다는 먼저 고려하는 것이 물가안정이라는 점이 모두 매파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발언이 언론에 어떻게 비칠지도 언급한 걸 보면 의도가 다분하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절대 올리지 못한다는 시장의 생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예로 응수했다. 그는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다시 올린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B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호주 중앙은행 사례를 이야기하며 향후 인상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살리려는 모습이 매파적으로 느껴졌다"면서 "물가상승률 둔화 경로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새로운 금통위원도 3.75%를 염두에 둔다는 것에 이어 이창용 총재의 호주 사례를 곁들인 경고는 강력했다"며 "지난 금통위에서도 초단기 구간 금리를 걱정하고 RP(환매조건부증권) 금리를 끌어올린 실무진들의 움직임에서 허투루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총재가 좀 화가 났다는 인상도 받았다"며 "해외 주식에 대해 상투를 얘기한 것까지는 학자적인 게 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당국자로서 강인한 모습이 추가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거론됐다. 저성장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고 이를 단기적인 금리·재정 정책으로 대응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부터 교육개혁, 핵심 산업 육성까지 거대 담론을 꺼냈다.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어조였다.

이 총재의 강경한 자세로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은 향후 물가 지표로 쏠리는 분위기다. 다시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밑으로 끌어내리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B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앞으로 물가 데이터를 더 주시해서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여러모로 향후 데이터를 주목하게 만드는 기자회견이었다"고 총평했다.

C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금통위원 전원이 최종금리를 3.75%까지 열어두고 있다는 지점과 근원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면서 "다만 '데이터 디펜던트' 뉘앙스로 느껴져서 오늘, 이 시점에 매파적이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추경 얘기까지 나왔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다시 기준금리를 역전하기에 부담이 커졌다"며 "기준금리 정도를 박스권 중심선으로 봐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자간담회 하는 이창용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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