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오피스 편입 펀드 매각시기 도래…대응방법 고심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국내 '큰손' 기관투자자인 공제회들도 해외 출장을 재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이 직접 투자자산 점검에 나섰다.

◇해외출장 분주한 공제회 CIO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상희 군인공제회 CIO는 지난 30일부터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존 투자사업을 실사하고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주일가량 출장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허장 행정공제회 CIO는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미국 서부 지역에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현지 운용인력의 시장의견을 청취하고 투자자산 운용현황을 점검하는 시간도 가졌다.

앞서 허 CIO는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과 독일 함부르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지역 실물자산을 점검하기 위한 출장도 다녀온 바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지난 4월 미국과 스웨덴을 방문하며 미국과 유럽 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점검했다. 미국에서는 투자자산 '더스파이럴'과 '원밴더빌트' 빌딩을 살펴봤다. 스웨덴 최대 기업체 발렌버그 그룹, 해외대체 운용사 ETQ의 경영진과 면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해외 부동산 경고등 켜졌는데…펀드 매각시기 도래 어쩌나

공제회 CIO들이 앞다퉈 미국과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10년 중반 이후부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 오피스를 편입한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금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해외 대체투자 부문은 공제회들의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군인공제회의 경우 지난해 운용수익률이 5.7%로 국내 주요 공제회 중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해 주식·채권시장 부진으로 국내 3대 연기금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것과 대조된다.

문제는 올해부터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은 금융권 최대 뇌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단짝이자 사업 동료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도 최근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이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프랑스의 아마존 물류센터 2개의 감정가가 하락하면서 현금 유보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유럽 내 상업용 부동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유럽 주요 대도시 최상급 오피스에서는 여전히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등 차별적으로 경기침체 여파를 받고 있어, 투자자산 선별 능력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투자자들은 독일, 유럽, 프랑스 등 서유럽 시장의 안전자산 위주로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공제회 CIO들이 미국과 서유럽 중심 해외 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0년 중반 이후부터 투자했던 자산들의 펀드 만료와 매각 시기가 도래 중"이라며 "과거 경쟁적으로 매입했던 자산 중 일부는 셀다운이 되지 않아 적체된 상황이고 금리 인상까지 겹쳐 매각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을 리츠 자산으로 편입하거나 매각 시기를 연장하는 등 다양한 대응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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