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Q. 기업 해외자금 국내로 유입되는 분위기?
[기자]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번 돈이 국내로 다시 들어오는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리쇼어링은 외국에 있던 생산 설비를 국내로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외에서 번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리쇼어링 앞에 자본이라는 단어가 붙었습니다. 대표적인 자본 리쇼어링 사례로는 현대차그룹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이 올해 총 59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8천억원을 국내 본사로 배당하기로 결정했는데 작년 배당한 금액의 4배 넘는 규모입니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 자본 리쇼어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Q. 현대차그룹 자본 리쇼어링 이유는?
[기자]
실적 개선과 법인세법 개정 등입니다. 현대차와 기아 두 회사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인 17조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올해 1분기에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6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실적 호조를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현금을 국내로 배당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앵커]
Q. 법인세법 어떻게 바뀌었길래?
[기자]
작년까지 기존 세법상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법인세를 먼저 납부하고 남은 이익을 국내로 들여올 때 해당 금액에 배당소득세를 재차 부담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외국에 납부한 세금 중 일부를 공제해주기는 했지만 규모가 얼마 크지 않아 굳이 리쇼어링할 정도까지는 안 됐다는 평가입니다. 외국과 국내 모두에서 세금을 물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국내로 들여온 배당금 중 95%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즉 국내에선 5%에 대해서만 납세하면 됩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로 59억달러를 배당하겠다고 한 만큼 56억달러가 비과세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앵커]
Q. 자본 리쇼어링, 국내 산업·경제에 미칠 효과?
[기자]
국내로 들어온 자금이 국내 투자 재원으로 쓰이면서 국내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부문에 2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정확한 투자 재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해외법인 배당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경기 불황 때문에 국내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큰 상황인데 국내 투자가 탄력을 받으면 고용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자본 리쇼어링은 현재의 고금리·고환율 상황에서도 긍정적입니다. 필요한 투자 자금을 충당한 만큼 고금리 은행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환율 상황에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면 재무 건전성도 좋아집니다. 넓게 보면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해외로 나간 자본과 국내로 들어온 자본의 차이인 경상수지가 연속 적자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국내로 들어오는 배당소득이 늘면 달러가 더 많이 들어오게 되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앵커]
Q. 자본 리쇼어링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은?
[기자]
외환시장 측면에서도 거액의 달러가 들어오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 안정될 수 있습니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달 중 1,340원대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가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등에 지금은 1,200원대로 내려온 상황입니다. 여기에 배당금액까지 들어온다면 환율 하락 기조가 더 짙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배당 효과가 현재 환율에 이미 충분히 선반영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미 연초부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이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해 내내 달러 매도 물량을 내놓고 있는데 이미 시장에 배당금 물량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달러-원 환율이 고점 대비 40원 가까이나 내려왔기 때문에 수급 요인이 추가로 확인돼야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Q. 재계 전반 자본 리쇼어링 확산하나?
[기자]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이 자본 리쇼어링했거나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만 해도 매달 쌓이기만 하던 해외 자회사 유보금이 올해 들어 일부 감소했다는 점에서도 자본 리쇼어링 현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베트남과 중국에 있는 해외 법인에서 유보금 중 8조4천억원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삼성전자가 작년 한 해 배당한 금액의 2배 넘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침체기를 맞아 실적이 나빠진 탓에 국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도 현대차처럼 자금을 연구개발과 각종 시설투자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욱이 현재의 고환율, 고금리 상황에서는 자본 리쇼어링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습니다.


[앵커]
Q. 일부 기업, 국내 배당 확대 망설이는 이유?
[기자]
해외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SK와 LG 등 일부 기업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SK그룹의 경우 배터리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당분간 국내로 배당금을 들여오기보다는 해외 법인에 자금을 몰아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LG그룹도 배터리 사업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현지에 즉시 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해외 잉여금을 국내로 들여오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시기와 사업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국내 배당 확대를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 국내로 배당하려는 생각은 없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이민재 기자)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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