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우리은행장
[우리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3일 오전 열리는 우리금융그룹 주주총회가 끝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의 리더십 교체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두고 거센 비판을 받았던 우리금융은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임 행장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최종 선임, 취임 100일을 맞은 '임종룡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손태승 전 회장 시절부터 우리금융 2인자로 활약했던 이원덕 행장은 조병규 신임 행장에 자리를 내어주고 떠난다.

이 행장의 별명은 '원더풀 리'(Wonderful Lee)다.

'전략통'으로 은행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빠른 판단력을 갖춘 데다, 소탈한 성품까지 갖춰 말단 직원들과도 격없이 소통했던 그에 대해 직원들은 '놀라운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역대 우리은행 CEO들 중 가장 '팔방미인'에 가까웠던 인물이라는 평가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행장은 우리금융 내 이견이 없는 '전략 전문가'이기도 하다.

1962년생으로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행장은 1990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한 뒤 주로 전략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2006년에는 전략기획팀 수석부부장을 맡았던 이 행장은 2009년엔 자금부장, 2012년엔 글로벌 전략부장, 2013~2014년엔 전략기획 부문 부장을 맡아 우리은행 전략의 실무를 책임졌다.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그는 2017년 임원에 올랐다.

당시 미래전략단장과 경영기획그룹장 등을 거치며 그는 우리은행의 전략·기획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고위 임원을 달면서 우리금융 내 이 행장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 2019년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에 오른 이 행장은 2020년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2021년 총괄 수석부사장을 역임한 이후 지난해 우리은행장까지 단숨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거둔 최대실적에도 이 행장의 역할이 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조9천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대비 5천억원 이상 급증한 역대 '최대치'다.

해외사업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점도 이 행장 덕분이다.

임기 내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동남아 3대 법인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주력했던 이 행장 덕분에 지난해 우리은행의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4천5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에서 글로벌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전년과 견줬을 때 5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행장의 행보에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앞서 올해 초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로 수십년간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손태승 전 회장이 물러나자 이 행장은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에 '출사표'를 냈지만, 금융위원장까지 지낸 '외부출신' 임종룡의 벽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임 회장은 우리금융 전문가이자 '선의의 경쟁'을 함께 했던 이 행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수 차례 전했지만, 이 행장은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변화를 맞는 상황에서 손태승 전 회장과 손발을 맞춰 온 자신은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후배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용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마지막 모습까지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정책금융부 정원 기자)


우리금융그룹 로고
[우리금융그룹 제공]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0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