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확산우려 촉발 중롱국제신탁
중즈 수십년간 부실자산 투자로 성장…"부실 부동산 프로젝트들 이윤 못 내는 중"

2021년 12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셰즈쿤 중즈그룹 설립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중국 금융계 공룡인 중즈그룹(中植)의 위기는 특유의 부실자산 투자 전략이 부동산 불황을 맞아 실패한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중국 차이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즈그룹은 현재 부채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며, 회계·컨설팅업체 KPMG를 고용해 재무상태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중즈그룹 주요 관계회사가 유동성 문제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낸 가운데 현금을 확보하고자 자산을 처분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즈그룹 산하의 중즈계(中植系)로 불리는 관계회사 중 핵심은 신탁회사인 중롱국제신탁(中融)과 재부관리회사(Wealth Management)인 헝톈(恒天)·신후(新湖)·다탕(大唐)·가오셩(高晟) 4곳이다. 이들은 원화로 수백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기업과 개인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이 지난 6월부터 연달아 상환에 실패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최근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 금융위기로의 확산 우려를 키우는 진원지가 중룽국제신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즈계의 실패는 그룹 특유의 투자 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즈그룹은 창업자 셰즈쿤(解直?)은 초기부터 부실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돈을 만졌다. 인쇄공장 공장장이었던 그는 부실한 공장을 맡아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이후 식품공장·옷공장·시멘트공장에 발을 담갔고, 국유 부실자산도 사들였다.

'부실자산 저가 매수→개조→매각'이라는 투자 방식으로 자본을 축적했던 셰즈쿤은 1995년에 헤이룽장성에서 중즈그룹을 설립했고, 그룹은 글로벌 대체투자업체 블랙스톤을 모델로 삼아 발전했다. 현재 중즈그룹은 자산운용사 중하이셩룽(中海晟融)과 중즈국제를 통해 특수자산관리·인수합병·구조조정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즈그룹이 거느리는 금융회사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재부관리(WM)·신탁회사 등으로 다양하다. 그룹은 전기차 등 첨단 분야의 유니콘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중즈그룹이 2대 주주인 중롱신탁은 2조9천억 달러(3천900조 원) 규모의 신탁업계에서 10대 회사 중 하나인데, 최근 여러 기업에 돈을 돌려주지 못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용찬 미중산업경제연구소장은 "신탁회사가 상업은행·투자은행·사모펀드·WM의 특성을 가졌다 보니 취약점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즈계 특유의 투자방식이 부동산 분야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상환 중단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즈계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부실 자산을 매수해왔는데, 시공이 중단됐던 중홍빌딩을 33억 위안(약 6천억 원) 정도로 사들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지 부동산 매체 중국방지산보는 중즈그룹이 "양도받은 여러 프로젝트가 부동산 불황으로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즈계는 부동산 개발사의 '쩐주' 역할도 했다.

중국방지산보에 따르면 중롱신탁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헝다(恒大)를 위해 10개 이상의 신탁상품을 발행해 자금을 지원했다. 중국방지산보는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는 시진핑 정부의 기조로 부동산 업계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고 중즈계 산하의 중롱신탁 등이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자금줄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인 헝다는 최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시장은 앞으로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더욱 전이돼 제2의 중즈그룹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용찬 미중산업경제연구소장은 "중국 정부가 대출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푸는데, 아마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듯하다"면서도 "시스템 리스크로 비약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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