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신임 대표
[KT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KT는 20년 일해서 1억, 타사는 10년 일해서 1억"

최근 익명 소통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KT 직원의 하소연이다.

통신업계 주니어들 사이에서 KT는 연봉 '만년 꼴찌' 기업으로 통한다.

KT에 입사했다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한 한 취재원은 이직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임금'을 꼽았다.

다소 경직된 사내 분위기도 이유가 됐지만, MZ세대인 그는 무엇보다 임금이 회사를 옮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정보통신(ICT)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KT에는 '생각보다 돈 안 주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자.

KT 직원이 받은 1인 평균 임금은 상반기 기준으로 5천만원이다.

SK텔레콤이 8천만원, LG유플러스가 5천2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업계 '꼴찌' 수준이다.

이마저도 미등기 임원 98명의 수령액이 포함된 평균값이다. 상반기 중 KT 미등기 임원 98명의 1인 평균 임금은 3억5천500만원이다.

SK텔레콤 미등기 임원의 1인 평균 임금은 3억6천700만원, LG유플러스는 2억4천500만원으로 집계된다.

KT 직원들은 업계 꼴찌 수준의 평균 임금을 받는 것뿐 아니라 임원과의 임금 차이도 업계 '톱' 수준인 상황을 견디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KT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25조원 시대를 열었다. SK텔레콤을 제치고 업계 1위 실적을 기록한 해다.

올해 상반기에도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켰다.

10개월 가까이 대표이사 자리가 사실상 공백인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표이사 취임 이후 오히려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영섭 신임 대표 이후 조직 쇄신을 위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사내 분위기는 아직도 흉흉하다.

힘없는 근로자라는 자괴감과 암울한 분위기가 회사의 사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일(30일)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KT 직원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10개월 동안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은 (일반)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비상경영) 상황에서도 억대의 연봉을 챙기고 있는 이권 카르텔을 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영섭 신임 대표이사도 이런 사내 분위기를 감지한 듯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주총 이후 임직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처우를 최고로 잘해야 걱정 없이 일하며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원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가지고 일하는 분들이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 없는 상태다.

김 신임 대표는 취임사에서 '실질적 성과'와 '화합'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화합을 위한 조건에는 '성과'에 맞는 '실질적 분배'가 선행해야 하지 않을까. "3사 5년차 이하 직원들 평균 수령액만 비교해도 깔끔하다. KT 압도적 꼴등이다"

같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또 다른 게시물에는 수십 개의 '좋아요' 버튼이 직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기업금융부 최정우 기자)

jwchoi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