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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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024년 1월 31일.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기념비적인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시가총액이 그룹사 '맏형'인 현대자동차를 뛰어넘은 날이다.

지난 1998년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 부도와 법정관리라는 긴 터널을 지나야 했던 기아는 6조6천억원의 순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허덕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고서 25년 후 연매출 약 100조원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조원을 넘기며 영업이익률 1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제는 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잘 자란' 아우이자 선의의 경쟁자가 된 기아다. 시가총액은 그간 현대차와 기아의 노력에 화답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기아 주가의 상승폭이 현대차보다 컸던 표면적인 이유는 배당성향의 차이와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주주환원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보다 더 높은 시가배당률에 더 많은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소식이 두 회사의 시총 순위를 바꿨다고 본다.

주식시장에서야 주목할만한 '웃음 포인트'일 수 있지만, 두 회사의 시총 차이가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 이미 양사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와 다름없다.

두 회사를 이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날 소식을 접하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정 회장이 20여년 전 첫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쇄신에 성공한 계열사로 꼽힌다.

기아는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연구개발과 플랫폼 등을 공유하고 원가 절감과 기술력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현대차와의 성능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기도 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당시 30대 중반의 젊은 '오너 3세' 정의선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 이사로 그룹에 입사한 이후 영업, 차량정보, 기획 등 부문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아 슬로바키아공장 및 중국 제2공장 건설 작업을 주도했다.

그리고 2005년 35살의 나이로 기아차 대표이사에 취임한다. 당시 사장이었던 정 회장이 임원 및 사장단 직위가 아닌 기업의 실질적인 리더 '대표이사'로 추대된 곳이 바로 기아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공동 대표이사가 아니라, 독자적 의사 결정의 법률적 효력이 담보되는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을 정 회장의 경영 승계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그만큼 정의선 회장의 어깨도 무거웠을 것이다.

정 회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적극적으로 돌파해나갔다. 특히, 현대차와 차별화되는 디자인 경영에 각별히 신경 썼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첫 시작은 당시 크리스 뱅글, 발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뽑히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일이다.

직접 독일로 날아가 '삼고초려' 끝에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 자리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이후 기아차 디자인은 판매고를 한층 끌어올리며 기업에 날개를 달아준 핵심 자산으로 성장했다.

그룹사 지분을 빼고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아닌 정의선 회장 개인 신분으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주력 계열사도 기아가 유일하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0.32%, 현대자동차 2.62%를 보유 중이다. 아버지가 보유한 7.19%, 5.33%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다만, 기아 지분은 1.76%를 소유하고 있는데 정 회장 외 주요 주주는 현대자동차가 유일하다. (기업금융부 최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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