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올해 함께 침체할 것으로 보이자 증권사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리테일 비즈니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올해 신사업 등 먹거리 확보보다는 전통 투자은행(IB)을 강화하며 채권 트레이딩과 해외주식에서 수익을 받쳐주길 기대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올해 사업계획서에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를 주된 목표로 설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와 PF가 침체 분위기라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것"이라며 "PF도 추가 충당금이 꽤 나오고 영업 기회는 해외 주식이나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따른 채권 프랍이나 구조화 세일즈 등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의 피벗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처음으로 700억달러(약 93조원)를 넘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530억달러) 대비 32%가량 늘었다.

반면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올해 상반기 약 7조원 규모의 만기 손실이 예상되며 발행이 위축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ELS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ELS 발행은 1조8천600억원 규모에서 1월 1조7천900억원으로 700억원가량 줄었다. 홍콩H지수와 관련한 ELS 비중은 지난해 12월 14%에서 1월에는 350억원만 발행되며 비중이 2%로 급감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평소 90%를 웃돌던 조기상환율이 1월 68.7%로 감소했다"며 "홍콩H지수 관련 ELS가 만기 상환 중 94%를 기록했고, 3년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5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홍콩H지수 만기 손실로 인한 투심 악화로 파생결합증권(DLS)과 ELS를 포함한 증권사의 자체 헤지(hedge·위험 분산) 비보장 파생결합증권의 운용 규모도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파생상품 운용 수익의 감소로 이어진다. 대형사의 자체헤지 ELS·DLS 운용 자산은 3조원 내외이고, 중소형사는 3천~6천억원 규모까지 다양하다.

ELS 판매채널을 통한 발행 수수료와 조기상환 감소로 롤오버 수익도 추가 감소할 압력에 놓여있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원래 은행 판매 비중이 높고 은행이 수수료를 대부분 지점에서 가져갔어서 수익에 큰 비중은 아니었다"면서도 "자산관리(WM) 부분 등이 힘을 내줘야 하는데 랩·신탁도 텅텅 비었고 사실상 사업을 벌일 게 없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잘 넘기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 PF는 올해 충당금 적립 부담 이어질 압박에 놓여있다. 지난 3분기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져 대비 충당금은 대형사 7%, 중소형사 10%다. 지난 4분기 대규모 PF 충당금 적립이 이뤄졌지만, 올해도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적립이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리포트에서 국내외 부동산금융 자산 약 42조5천억원 중 4.7%가 지난해 4분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신평은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부동산 PF 손실 부담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강화로 보수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형 증권사는 해외 상업용부동산(CRE)이 '그레이스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 등으로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완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예측 가능한 악재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시장 상태를 말한다.

한신평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져 총 13조원 중 메리츠·미래에셋·하나·신한투자·NH투자·대신증권 등 6개 사가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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