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을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은행권이 경쟁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은 물론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사외이사 지원 체계 및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과 독립성, 사외이사 평가 체계를 개선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방향성을 개선하라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이지만, 은행권은 모범규준을 신속히 반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고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구성 변화에도 적용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은행장을 역임한 금융전문가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한금융지주는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최 전 대표가 사회책임투자와 대체투자 등 자본시장 부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회계법인의 수장을 지낸 회계와 내부통제 관련 전문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이 전 회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경남은행이 신설한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아 내부통제 강화 및 책임경영, 인적 쇄신 등의 개선 방안을 도출해 내기도 했다.

KB금융지주는 이명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는데, 이 연구위원은 우리금융캐피탈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추천한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벤처파트너스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다.

그간 교수 출신들로 사외이사를 꾸려 학계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번 정기주총을 계기로 금융권 전문가들을 확대해 다양성을 꾀하려는 의도다.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도 사외이사 수도 늘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신임 사외이사를 4명 추천하면서 사외이사 수를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했다.

우리금융도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추천해 6명에서 7명으로 증원했고, JB금융과 BNK금융도 각각 2명과 3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해 9명, 7명의 확대된 사외이사진을 갖추게 된다.

디지털과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금융사가 대비 해야 할 영역이 확대되면서 사외이사를 증원해 전문화된 영역을 담당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모범관행이 권고한 이사회 승계계획에 따라 BNK금융은 이사승계계획을 신설하기도 했다.

BNK금융은 매년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는 규정을 추가해 임기 집중에 따른 사외이사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한, 사외이사 평가 기준을 외부 기관에 맡겨 평가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했고, 이사회 의장의 임기도 1년, 1차례 연임으로 제한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모범관행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사회 경영승계를 통해 연속성을 가져가고 점진적으로 이사회도 변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디지털, 젠더, 소비자 등 모범관행 따라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 출신 사외이사가 많은데 국내 금융사도 여러 금융사 업무를 경험해온 분들이 사외이사로 자리하면서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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