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성공하려면 의결권 행사해 경영진 책임 물어야"
"국민연금 가입자 80%, '기업가치 제고 독려해야' 응답"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삼성물산[028260]을 상대로 행동주의에 나선 영국계 자산운용사 팰리서캐피탈은 국민연금이 외국계 펀드들의 주주제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스미스 팰리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2일 연합인포맥스에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상에 만족하고 있거나, 막강한 대기업을 곤경에 처하게 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상징하는 기업"이라며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이후 주가가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임에도 경영진과 이사회는 오랫동안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팰리서캐피탈
[출처: 팰리서캐피탈 홈페이지]

 

◇ "'밸류업' 성공하려면 주주 권리 행사해야"

 

앞서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삼성물산 지분 1.46%를 가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은 삼성물산 이사회안(4천173억원)보다 76% 많은 총 7천364억원의 현금배당과 5천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주주제안했다.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한 팰리서캐피탈은 지난 4일 주주제안 지지를 선언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각각 지난달 27일과 이달 1일 고객들에게 해당 주주제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팰리서캐피탈은 국민연금이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주주환원을 늘리는 삼성물산 주주제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미스 CIO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 주주는 적절하게 의결권과 권리를 행사해 경영진과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프로그램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의결권 행사 여부를 분명히 밝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튜어드십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제17조의3 제3항은 "기금의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는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한다.

삼성그룹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자본은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곳으로 가기 마련"

 

팰리서캐피탈은 최근 닛케이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넘어선 일본의 사례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 10년간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독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개혁에 힘입어 기업들의 사업 심리가 살아났고 주주수익률이 개선됐다고 짚었다.

스미스 CIO는 "자본은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곳으로 가기 마련"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홀대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오랫동안 무시해왔던 일본 증시에 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최대의 공적연금인 GPIF 역시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를 지난 10년간 두 배 늘렸다"고 덧붙였다.

또 팰리서캐피탈은 자체적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와 가입자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명 중 5명이 '국민연금이 선제적으로 개입해 기업가치 제고를 독려하는 것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응답자 5분의 4는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 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변화를 요구한다면 관련 기업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고도 전했다.

스미스 CIO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주제안에 찬성하면 삼성을 상대로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들도 보다 바람직한 행동에 나서도록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수급자와 투자자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이 국민연금 소진 시기를 유의미하게 뒤로 늦춰 미래 세대의 번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일본이나 아시아 신흥시장 수준으로 재조정될 경우 국민연금 전체로는 76조~96조원, 가입자 1인당으로는 평균 1천200만~1천500만원의 가치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제시했다.

2023년 말 기준 삼성물산 주식 소유현황
[출처: 삼성물산 사업보고서]

 

◇ 외국인·기관 표심은…15일 주총 주목

 

지난해 말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발행주식총수 기준 삼성물산 지분 33.63%를 보유하고 있다.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KCC(9.17%)를 더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약 43%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7.01%를 가지고 있으며, 소액주주가 39.6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표심에 주주제안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 주주총회는 오는 15일 오전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열린다.

한편, 삼성물산은 배당 확대 주주제안에 대해 "심사숙고 끝에 수립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크게 초과해 경영상 부담이 되는 규모"라며 "이러한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에 대해서도 "국내 지주사의 순자산가치 할인율은 여러 원인이 반영된 복합적 문제"라며 "할인율 해소를 전제로 제시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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