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저축은행들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배당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나섰다.

지난해 조달 비용 상승과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강화 압박에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차원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은 작년 사업연도 배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직전 사업연도까지는 50억원가량 배당액을 책정했으나 작년 적자 전환에 따라 배당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 또한 2022년 기준 13억8천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나 작년 결산 기준으로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외에 중소형 저축은행들도 연이어 배당을 포기했다.

모아저축은행은 2022년까지 5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나 작년 기준으로는 배당하지 않고, 영진저축은행 및 유니온저축은행, 아산저축은행, 키움저축은행, 한성저축은행 등도 배당액을 배정하지 않았다.

작년 실적 적자 전환은 물론, 소규모 흑자를 낸 저축은행들도 자본금을 유보할 필요가 있어 배당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에서는 KB저축은행이 작년 936억원 적자로 전년 128억원 이익에서 큰 폭의 손실을 입었고, 우리금융저축은행은 416억원 적자, 하나저축은행은 17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다올저축은행이 2022년 663억원 이익에서 작년 81억원 손실로 전환했고, 유안타저축은행과 영진저축은행도 각각 17억원과 2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한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작년 실적의 경우 상위권사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수익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체 자산을 줄이는 등 실적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작년 적자를 기록한 것은 고금리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와 추가 충당금 적립 때문이다.

작년 9월 말까지 저축은행업권의 이자 비용은 4조480억원 규모인데, 이는 전년 연간 이자 비용인 2조9천177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라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며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자본을 배당과 성과급에 쓰지 말고 손실 인식을 충분히 하라고 요구한 영향도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 및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저축은행업권의 충당금 적립 현황 점검을 통해 손실 인식 및 토담대 등 당국 주문에 부합한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았는지 살피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적자는 물론 흑자 저축은행 중에서도 자본 여력을 고려해 배당 축소를 시행했다"며 "잠재 부실에 대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저축은행별 자본 적정성도 양호한 수준이다 보니 올해 상황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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