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가상자산 수탁업자들의 수탁고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발행사들의 해킹 사고에 이어 회계 지침에 따른 평가 부담으로 가상자산을 외부에 맡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수탁사들의 시선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으로 향하고 있다. 법인 투자 허용 등이 본격화될 경우 수탁사를 찾는 수요가 좀 더 커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가상자산 보관 사업자들의 수탁고는 3조1천억 원을 기록했다. 재작년 12월 2조4천억 원에 머물던 수탁고가 반년 만에 29%가량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수탁고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연초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 수탁고는 8조 원을 돌파했다. 작년 6월 말 기준 2조3천억 원에 머물던 수탁고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수탁고 증가의 배경으로는 연이은 해킹 사건과 가상자산 회계지침이 자리한다.

김치 코인인 '썸씽'은 연초 유통되지 않은 물량과 재단이 갖고 있던 물량 등 총 7억3천만 개의 토큰이 풀렸다. 당시 재단은 해킹으로 해당 물량이 인출됐다고 소명했으나, 결국 상장폐지됐다. 갤럭시아 코인 역시 지난 11월 해킹으로 토큰 3억8천만 개가 무단 출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부터 이어진 해킹 사고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재단 측에 수탁업체들을 이용할 것을 권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탁업체에 맡길 경우 유통량 관리는 물론 해킹 사고 역시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회계지침 역시 수탁고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회계지침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가상자산을 평가해 그 규모를 공시에 표기해야 한다. 입출금될 때마다 그 가치를 매겨 책정해야 하는데, 수탁업체가 그 가치를 평가해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일부 발행사들은 수탁사를 찾아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팀들이 거래소에 상장 신청할 때 커스터디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 (수탁업체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회계 투명성 차원에서도 커스터디를 이용하는 수요가 많아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수탁사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에서 승인되자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기대는 커지고 있다. 국내 역시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을 허용하는 걸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실제 허용된다면 가상자산의 기관 진출은 가속화 할 전망이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이 ETF를 운용하려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해킹 등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탁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 역시 국내 수탁 시장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업체 비트고는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어 법인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여전히 허용되고 있진 않으나, 업계는 향후 2단계 논의 단계를 주목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법인 1단계가 시행되고 나면 2단계인 산업 진흥책의 일환으로 법인 투자 허용 여부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수탁업은 현재를 보고 진입하는 시장은 아니다. 법인 참여가 본격화될 때는 늦다고 판단해 일찍이 나서는 것"이라면서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나면 육성책 논의도 이루어질 텐데 (수탁사 입장에서는) 그때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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